에이피알(278470)의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 'PDRN 핑크 콜라겐 캡슐크림'이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 판매 중단되거나 리콜 조치됐다. 양국 정부가 시중 유통 제품에서 사용 금지 색소인 수단레드를 검출했다고 발표하면서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같은 제품이 정상 유통되고 있다.

수단레드는 플라스틱·왁스·잉크 등에 붉은색을 내는 공업용 아조계 합성염료다. 체내에서 분해되며 유해 물질로 바뀌어 유전물질을 손상시키거나 발암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식품·화장품에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수단레드 계열 중 수단4호(Sudan IV)다.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PDRN 핑크 콜라겐 캡슐크림. 홍콩·싱가포르에서 발암물질인 수단레드가 검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메디큐브 캡처

◇ 홍콩 이어 싱가포르… 아시아서 잇단 제동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발단은 홍콩이었다. 홍콩 세관은 지난 7월 24일 각 지역을 순회 점검하며 시중에서 제품을 시험구매해 정부화학검정소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해당 크림에서 수단레드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소비자에게는 사용 중단을, 판매점에는 진열대에서 즉시 내릴 것을 요구했다. 에이피알은 곧바로 판매를 중단했다. 홍콩 세관은 검출 제품의 제조번호나 확보 경로를 공개하지 않았고, 회사에 추가 조치를 통보한 것도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해당 크림 판매가 재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HSA는 7월 31일 현지에서 이 제품을 마케팅하는 3개사인 에이피알 싱가포르 법인과 비너스 뷰티, 리로라 인터내셔널에 판매 중단을 지시한 뒤 이들로부터 확보한 샘플을 모두 검사했다.

이 가운데 비너스 뷰티가 판매한 샘플 2개에서 극미량의 수단4호가 검출돼 8월 26일 해당 2개 제조번호(2E122I·2E117I, 2E191G·2E193G)에 리콜이 지시됐다. 제조번호는 같은 원료로 한 번에 만들어 성질이 균일한 생산 단위에 붙이는 번호로, 배치번호라고도 한다. 비너스 뷰티는 2002년 설립돼 싱가포르 전역에 30개 안팎의 매장을 운영하는 유명 리테일 체인이다. 여러 수입 브랜드의 현지 총판을 맡으면서, 자체 온라인몰도 운영 중이다. 에이피알 현지 법인과 리로라 제출분에서는 검출되지 않아 나머지 배치에 대해선 판매가 재개됐다. 다만 HSA는 추가 안전장치로 3개사 모두에 싱가포르 판매용 전 배치를 공급하기 전 공인기관에서 검사받고 그 성적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 에이피알 "제조는 했지만 수출 이력은 없다"

에이피알은 이번 수단레드 논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4일 이틀 연속 해명자료를 내고 한국·중국·대만·싱가포르 시험기관 검사에서 모두 수단레드가 불검출됐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제조번호를 추가로 검사한 결과도 불검출로 나왔다는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번 사태 이후 국내 유통 제품을 검사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중 유통 중인 제품들을 검사해 불검출된 것을 확인했다"며 "국내 유통 제품에 이상이 없어 후속 조치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검사 대상은 시중에 풀린 완제품에 한정됐다. 이 관계자는 생산 시설 전반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제품에 대해 검토했다"고 답했다.

회사 설명의 핵심은 유통 경로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제조번호 제품을 제조했던 사실은 맞는다"면서도 "싱가포르에 공식적으로 수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검출 제품을 판 비너스 뷰티가 공식 판매처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조번호까지 위조한 가품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 이 때문이다. 다만 홍콩에 대해서는 "세관 당국이 제품 확보 경로를 밝히지 않아 공식 유통 채널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소비재 특성상 유통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접 만든 제품이 회사도 모르는 경로로 해외 매장에 올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에이피알은 화장품을 자체 생산설비 없이 전량 외주가공(OEM·ODM) 방식으로 만들어 이를 현지법인과 중간 도매상 등을 통해 유통하고 있다. 외주 생산업체는 노디너리, 한국화장품제조 등이다.

원료 관리도 짚어볼 대목이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말에도 수단 색소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사용하던 싱가포르 색소업체 캄포리서치의 붉은색 원료에서 수단4호가 검출돼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면서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당시 국제 인증기관(KOTITI) 검사에서는 불검출이 나왔지만, 소비자가 께름칙할 수 있으니 선제적으로 다른 원료로 대체했었다"고 했다. 회사 해명에도 국내 일부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자신이 산 제품이 어느 경로로 들어온 것인지, 정품인지 확인할 방법은 있는지 묻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