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슈즈처럼 얇고 낮은 운동화에 리본과 레이스를 달고, 몸의 선이 드러나는 랩 가디건, 보디수트를 입는다. 한동안 패션 트렌드로 주목받는 '발레코어(Balletcore)'가 신발과 의류를 넘어 백화점과 복합 쇼핑몰의 오프라인 콘텐츠로도 주목받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아디다스, 아식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최근 발레 슈즈에서 착안한 신발을 잇달아 선보였다. 운동화와 발레 플랫을 결합한 이른바 '스니커리나(Sneakerina·스니커즈+발레리나)'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제품이 늘고 있다.
아디다스가 이달 초 블랙핑크 제니와 선보인 첫 협업 컬렉션 '슈퍼스타 스퀘어 발레'가 대표적이다. 아디다스의 대표 운동화인 슈퍼스타를 발레 토슈즈처럼 얇고 낮은 형태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기존 슈퍼스타와 달리 각진 스퀘어토(사각형 앞코)를 적용하고 가죽, 리본 등 발레화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더했다.
앞서 아식스는 지난 6월 영국 싱어송라이터 그리프(Griff)와 협업한 '젤-큐뮬러스 16(GEL-Cumulus 16)'을 출시했다. 아식스 러닝화 특유의 실루엣은 유지하면서도, 발레가 지닌 우아한 이미지를 결합한 신발이다. 흰색 리본으로 된 신발끈이 특징이다.
러닝화로 유명한 뉴발란스가 올해 5월 선보인 '플랫 브리즈' 시리즈도 인기를 끌었다. 기존 운동화보다 낮고 날렵한 실루엣으로 발레 플랫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지만, 운동화 기술을 입힌 밑창 덕분에 편안한 착화감이 입소문을 탔다.
최근 2030 여성을 중심으로 발레를 취미로 즐기는 수요가 늘면서 관련 소비가 일상 패션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세 교정, 근력 강화, 체형 관리 등을 위해 발레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필라테스, 요가처럼 일상적인 운동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레오타드, 랩스커트, 레그워머 등 발레 연습복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특유의 디자인과 실루엣을 일상복에 접목한 제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발레하면 분홍색, 리본, 레이스 등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주로 떠올렸지만, 최근에는 몸을 감싸는 형태, 겹쳐 입는 방식 등 실제 발레 연습복의 특징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아디다스와 제니의 협업 컬렉션에는 신발뿐 아니라 바디수트, 시어 레깅스, 랩 스커트, 랩 가디건, 레그워머 등이 포함됐다. 몸의 선을 살리는 바디수트부터 겹쳐 있는 랩 가디건, 레깅스 위나 맨다리에 착용하는 무릎 길이 레그워머까지 발레 연습실에서 볼 법한 옷차림을 재해석한 제품들이다.
발레 관련 소비가 늘면서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에서는 팝업스토어를 잇달아 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더현대 서울에서 '발레 클로젯' 팝업을 열고 메시아댄스웨어 등 주요 발레·댄스웨어 브랜드를 소개했다. 팝업과 연계한 발레 클래스는 신청 시작 10초 만에 마감되기도 했다.
아이파크몰 용산점은 지난 6월 발레웨어 전문 브랜드 6곳이 참여한 '발레 아틀리에' 팝업을 운영했다. 앞서 진행한 발레복 브랜드 다프네로럴 단독 팝업이 흥행하면서 여러 브랜드를 한데 모은 행사로 규모를 키운 것이다. 대부분 온라인 중심 브랜드인 만큼 제품을 직접 입어보고 소재, 착용감 등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호응을 얻었다.
일각에선 발레코어 인기가 체중과 체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 확산과 함께 오버핏 대신 몸의 실루엣을 드러내는 슬림핏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몸의 선을 강조하는 발레 패션도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취발러'라고 불리는 취미 발레 인구가 늘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와 디자인을 앞세운 발레웨어 브랜드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체중 감량 이후 오버핏보다 몸의 선을 드러내는 옷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옷의 실루엣이 달라지면서 신발도 투박한 형태보다 얇고 날렵한 디자인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