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278470)이 선두를 달리는 국내 홈 뷰티 디바이스(기기) 시장에서 후발주자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LG생활건강(051900),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전통 화장품 대기업뿐 아니라 앳홈 같은 신생업체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뷰티 기기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제품,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업체 간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생활가전업체 앳홈은 홈 뷰티 브랜드 '톰(THOME)'을 앞세워 뷰티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2018년 설립된 회사는 초기 60억원 수준이던 매출을 지난해 1500억원 규모까지 키웠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연간 매출 목표는 3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앳홈의 프라이빗 에스테틱 브랜드 톰이 '올리브영 K뷰티에딧' 참여 브랜드로 선정돼 미국 세포라 580여개 매장과 온라인몰에 입점한다. /앳홈 제공

1993년생 양정호 대표가 이끄는 앳홈은 미니 건조기, 음식물 처리기 등을 판매하는 소형 가전 브랜드 '미닉스'로 성장한 뒤 2024년 톰을 선보이며 홈 뷰티 기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톰은 피부과 등에서 사용하는 물방울 초음파 기술을 가정용으로 구현한 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후발주자지만 유통망은 빠르게 넓혔다. 톰은 CJ올리브영이 미국 세포라에 선보이는 큐레이션 매대 '케이(K)뷰티에딧'에 참여하는 유일한 뷰티 기기 브랜드다. 지난달부터 미국 세포라 매장 580여 곳과 온라인몰에서 물방울 초음파 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세포라 입점은 톰을 선보인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이뤄졌다. 지난 5월 말 올리브영 미국 온라인몰에 입점한 뒤에는 시그니처 제품이 400여 개 브랜드, 5000여 개 상품 중 최장 기간 판매 1위를 기록한 뒤 품절됐다. 미국 틱톡샵에서도 뷰티 기기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 국내 홈 뷰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올리브영, 세포라 등 국내외 뷰티 유통망을 잇달아 확보하면서 업계에서도 앳홈의 성장세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뷰티 기기에 대한 접근성은 높아졌다. 수십만~수백만원대 고가 제품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10만~30만원대 제품이 늘면서 구매 부담이 덜하다. 하나의 기기에 여러 기능을 담은 제품부터 탄력, 화장품 흡수, 윤곽 관리 등 특정 기능에 집중한 제품까지 나오면서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피부과 시술에 익숙한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집에서 피부를 관리하려는 수요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 선두인 에이피알도 뷰티 기기 사업 규모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에이피알 뷰티 기기 매출은 2022년 1201억원에서 지난해 4070억원으로 3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 초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600만대를 넘어섰다.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부스터 프로 X2. /에이피알 제공

최근에는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있다. 기존 '부스터 프로'에 이어 '부스터 프로 X2', 고강도 집속 초음파(HIFU) 기술을 적용한 '하이포커스샷 플러스' 등 신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화장품 흡수, 피부 탄력, 윤곽 관리 등 기능별로 제품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가정용을 넘어 피부과 등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전문 미용 기기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병·의원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제품과 기술력을 알리고 전문 시장에서 확보한 인지도를 향후 해외 시장 공략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홈 뷰티 기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보수적인 데다 국가별 규제, 유통망 확보 등 넘어야 할 문턱이 높다는 평가다. 에이피알은 가정용에서 병·의원용 미용 기기까지 제품군을 넓혀 현지에서 신뢰를 쌓고 해외 사업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통 화장품 업체들도 뷰티 기기 사업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LG전자로부터 홈 뷰티 기기 브랜드 '프라엘'을 넘겨받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후 10만원대 갈바닉 부스터와 전용 화장품을 선보이는 등 기존 화장품 사업과 뷰티 기기를 연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700여 개의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한 마스크형 뷰티 기기 '온페이스'를 선보였다. 가격은 100만원 후반대로 10만~30만원대 제품이 늘고 있는 최근 시장 흐름과 달리 프리미엄 수요를 겨냥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뷰티 기기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7조원에서 2030년 45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36%에 달한다. 특히 미국 시장은 2023년 1조9000억원에서 2030년 9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시장 성장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엑스퍼트마켓리서치(EMR)는 지난해 한국 뷰티 디바이스 시장 규모를 약 15억달러(약 2조1765억원)로 추산했다. 2035년에는 약 54억6000만달러(약 7조9225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