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 매출 3조원을 넘보는 에이피알(278470)이 이르면 연말 병원용 초음파 리프팅 장비를 내놓는다. 화장품과 가정용 뷰티 디바이스로 몸집을 키운 회사가 피부과·성형외과가 쓰는 의료미용 기기 시장까지 발을 넓히는 것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의 주력 EBD(에너지 기반 의료기기) 제품 한 종이 최근 국내 인허가를 취득했다. 집속형 초음파 방식으로, 미국 멀츠의 '울쎄라'나 클래시스(214150) '슈링크'와 같은 계열의 리프팅 장비다. 회사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국내 판매 개시를 목표로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는 의료진 네트워크를 통해 제품 성능·사용성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단계이며, 영업·생산 조직도 함께 꾸리고 있다.
주사형 제품인 피부 개선용 스킨부스터에서는 이미 첫 성과가 나왔다. PN(폴리뉴클레오타이드) 기반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 2등급 의료기기 인증과 수출 허가를 받아 지난 2분기부터 소액 수출이 시작된 것이다. 3분기부터는 일본과 중동을 축으로 해외 판매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구매력이 큰 중동 시장과 성과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레퍼런스 효과가 큰 일본 시장을 먼저 잡겠다는 것이다. PN은 연어 DNA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파마리서치(214450)의 '리쥬란'이 이 성분을 기반으로 국내 스킨부스터 시장을 열었다.
다만 국내 판매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진피층에 직접 주입하는 침습 시술이어서 식약처 4등급 의료기기 허가가 필요한데, 회사는 관련 절차에 1년 6개월가량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피알의 신사업 속도전은 채용 공고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회사는 최근 의료기기 관련 하드웨어 설계 엔지니어, 연구개발·제조기술 인력 등 경력직 채용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에이피알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3609억원, 영업이익은 3428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9%, 146% 늘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 7675억원, 영업이익 1906억원으로 분기 최대치다. 회사는 연간 매출 목표를 2조1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올려 잡았다.
의료미용 기기는 이를 구현할 성장 축이다. 에이피알은 2023년 3월 정관에 의료기기 개발·제조·판매업을 추가한 데 이어,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의료기기 소모품·의료용구 개발과 의료기기 수리업까지 사업 목적에 넣었다. 판매 이후 소모품과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미리 깔아둔 셈이다. 반기보고서에선 "제품 및 제조시설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며, 인허가 취득 및 사업화 준비 상황에 따라 판매 개시 시점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승산은 기존 사업과의 연결고리에 있다. 에이피알의 가정용 디바이스 브랜드인 '메디큐브 에이지알'로 축적한 고주파·초음파 기술과 90%에 육박하는 해외 매출 비중, 자체 생산 체계를 병원용 기기에 그대로 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미국·중국·영국·프랑스·베트남·인도 등 13곳에 해외 법인이 나가 있다. 가정용 기기로 유입된 소비자를 병원 시술로, 시술 후 관리는 다시 자사 화장품과 홈 디바이스로 잇는 순환 구조도 기존 의료미용기기 업체엔 없는 무기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 대상 뷰티 디바이스 제조·판매에 최적화된 에이피알이 의료미용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낸다면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다시 평가받게 될 것"이라며 "EBD 출시 시점이 분기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