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가 연간 실적을 좌우하는 가을·겨울(FW) 시즌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해 고전했던 주요 패션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백화점 호황에 힘입어 일제히 반등했지만, 업황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긴 이르다는 평가다. 낮은 기저와 내수 소비 부진이 여전한 만큼 객단가가 높은 상품 판매가 집중되는 FW 시즌 성과가 반등세 지속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패션기업들은 최근 FW 신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가을·겨울 수요 선점에 나섰다. 무신사 스탠다드, 유니클로 등 제조·유통 일원화(SPA) 브랜드부터 삼성물산(028260) 패션 부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LF(093050) 등은 브랜드별 신상품을 내놓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FW 시즌은 패션 기업들의 연간 실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다. 옷이 얇아지면서 객단가가 낮아지고 장마철과 여름휴가까지 맞물린 여름은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된다. 여름과 달리 가을겨울에는 코트, 패딩, 가죽 제품 등 가격대가 높은 아우터 판매가 집중돼 매출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해 소비 침체로 부진했던 패션업계는 올해 들어 실적이 반등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6.3% 증가한 5930억원, 영업이익은 63.6% 증가한 54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오롱FnC와 한섬(020000)의 영업이익은 각각 110.7% 증가한 158억원, 557.1% 급증한 46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2분기 매출은 29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늘었고, 영업이익은 70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LF는 상반기 누적 매출이 92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85억원으로 19% 늘었다.
핵심 판매 채널인 백화점 호황이 실적 반등으로 이어졌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 프리미엄 소비 등에 힘입어 백화점 매출이 급증하면서 주요 패션기업들이 수혜를 봤다. 특히 백화점 의존도가 높은 전통 패션 기업, 수입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판매가 살아났다.
그럼에도 아직 국내 패션 업황 전반의 회복으로 보긴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마다 조직 개편, 브랜드 효율화 작업, 정상가 판매 확대 등 수익성 개선 노력도 있었지만, 지난해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와 백화점 호황이 실적 개선에 미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패션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 산업통상부와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봄철(3~5월) 국내 패션 구매액은 24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했다. 여름철(6~8월) 패션 소비 전망 지수(FCOI)도 99.5로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의류(99.7), 신발(99.5), 가방·지갑(99.1) 등 주요 품목 모두 100을 넘지 못했다.
가을 소비 전망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 업종 전망치는 115.4로 기준선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내수 전망은 100에 그쳐 수출(107.7), 채산성(123.1), 투자(115.4)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내수 회복이 더딘 만큼 FW 성과가 더욱 중요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2분기 이후에도 백화점 호황이 이어지면서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상반기 반등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제 고가 상품 수요가 얼마나 뒷받침될지가 관건이다.
늦더위는 부담 요인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지면 재킷, 니트 등 가을 상품 수요가 늦게 형성돼 정상가 판매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 패딩, 코트 등 겨울 아우터 역시 추위가 시작되는 시기와 강도에 따라 판매가 좌우된다. 제때 수요가 붙지 않을 경우 할인 판매, 재고 부담으로 이어져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백화점 호황을 이끈 외국인 소비가 계속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누렸던 가격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인 소비가 백화점과 패션 매출 증가에 기여해온 만큼 환율 흐름이 하반기 실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