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278470) 주가가 심상치 않다. 변동성 장세에서 지난달 30일 31만5000원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해 26일 현재까지 40%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회복세와 비교해도 두 배가량 가파른 흐름이다. 25일에는 코스피가 조정을 받는 와중에 하루에만 7% 넘게 뛰기도 했다.
악재를 예고하고 있는 회사의 주가가 오르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오는 27일에 에이피알 주식 1235만970주의 보호예수가 풀리기 때문이다. 발행주식 총수(3743만8155주)의 33%에 이르는 규모다. 2024년 2월 27일 상장 당시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라 걸렸던 2년 6개월짜리 의무보유확약이 만료되는 것이다. 통상 이 정도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우려로 주가가 눌리기 마련이다. 락업 해제는 곧 경영진의 차익 실현이고, 그 뒤엔 주가 급락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 공식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왜일까. 보호예수가 풀리는 1235만970주 가운데 1195만3660주가 창업자인 김병훈 대표의 개인 지분이다. 전체의 96.8%다. 나머지 40만주가량은 신재하 부사장 몫이다. '물량 폭탄'의 실체가 사실상 창업자 한 사람의 지분이라는 뜻이다. 재무적 투자자(FI)가 만기에 맞춰 투자금을 회수하는 통상의 오버행과는 성격이 다르다. 애초에 김 대표는 상장 당시 규정상 의무보유 기간(6개월)보다 훨씬 긴 2년 6개월의 보호예수를 자발적으로 약정했다.
무엇보다 김 대표에게는 주식을 들고 있을 유인이 있다. 배당이다. 에이피알은 락업 만료를 한 달여 앞둔 지난달 16일 이사회를 열어 주당 2500원, 총 936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2년 연속이다. 이 회사는 2024~2026년 3개년에 걸쳐 연결 조정 당기순이익의 25%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정책을 세워두고 있다. 실제로 자사주 900억원어치를 매입해 전량 소각했고, 지난해 중간배당 1343억원, 올해 4월 결산배당 562억원을 집행했다.
김 대표가 보유한 1195만3660주에 이번 중간배당을 적용하면 배당금만 약 299억원이다. 주당 1500원이었던 4월 결산배당에서 받은 179억원까지 더하면 올해만 478억원을 손에 쥔다. 지분을 덜어낼수록 이 수입이 줄어드는 구조다. 신재하 부사장도 지난 5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김병훈 대표는 주식 매도에 관심이 없는 상황"이라며 "우려하는 대량 블록딜은 없을 것 같다"고 못을 박았다. 매각 계획이 생기면 사전에 시장과 소통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적이 물량 부담을 방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이피알의 2분기 매출은 7675억원, 영업이익은 1906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4% 늘었다. 상반기 누적 매출 1조3609억원은 지난해 연간 매출 1조5273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해외 매출 비중은 92%까지 올라섰고, 북미 매출은 3763억원으로 264.6% 급증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정도 성장률을 감안하면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 등 신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이 약화로 다른 업종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상황에서, 화장품 중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작용한 것으로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