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이후 4년간 외형이 20% 넘게 축소된 LG생활건강(051900)이 올해 화장품 사업 회복을 앞세워 본격적인 실적 반등에 나서고 있다. 올해 2분기 6개 분기 만에 매출이 성장 전환한 데 이어, 연간 매출도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주요 브랜드 위주의 선택과 집중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올해 연간 실적 추정치는 매출 6조4646억원, 영업이익 379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122.4%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해 858억원 적자였던 당기순이익도 올해 2422억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됐다.
LG생활건강은 2021년 매출 8조915억원, 영업이익 1조289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당시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은 17년 연속 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매출은 2022년 7조1858억원, 2023년 6조8048억원으로 감소했다. 2024년에는 6조8119억원으로 0.1%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해 다시 6조3555억원으로 6.7% 줄었다. 4년 사이 매출은 21.5% 감소했다.
급격한 외형 축소의 가장 큰 원인은 핵심 사업인 화장품의 부진이다. LG생활건강은 과거 '더후' 등 럭셔리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현지와 국내 면세 채널에서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2022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경기 침체, 소비 둔화가 겹치면서 중국과 면세점 화장품 판매가 동시에 흔들렸다.
중국의 리오프닝 이후에도 회복 속도는 더뎠다. 2023년에도 중국 수요 약세가 이어지며 화장품 주요 채널 매출이 감소했고, 해외 사업 효율화를 위한 인력·제품 조정 등 구조조정 비용까지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이후 LG생활건강은 중국과 면세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사업 체질을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면세 공급 물량을 조절하고 국내외 유통 채널을 재정비하면서 단기적으로 외형이 줄었고, 희망퇴직 등 인력 효율화 비용까지 반영되며 수익성 부담도 커졌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변화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올 2분기 연결 매출은 1조65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하며 6개 분기 만에 성장 전환했다. 영업이익도 1028억원으로 87.5% 늘었다.
◇ 2028년 매출 7조 클럽 복귀 전망도
실적 반등을 이끈 것은 화장품 사업이다. 2분기 화장품 매출은 81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를 냈던 영업손익도 444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북미가 부상했다. 2분기 북미 매출은 2058억원으로 전년보다 47.3% 증가해 사상 처음 중국 매출(1760억원)을 넘어섰다.
LG생활건강은 성과가 낮은 해외 인수 자산도 정리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전날 미국 자회사 LG H&H USA가 보유한 방문 판매 화장품 기업 더에이본컴퍼니 지분 전량을 84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북미 사업 확대를 위해 더에이본컴퍼니를 1450억원에 인수했으나 이후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회사는 앞으로 닥터그루트 등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북미 성장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기며 선택과 집중에 나설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시작된 매출 회복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내년 실적 추정치는 매출 6조7810억원, 영업이익 4488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추정치보다 각각 4.9%, 18.2% 늘어난 수준이다. 2028년에는 매출이 7조원을 넘어서며 2022년 이후 6년 만에 '7조 클럽'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부문의 기저 부담 완화와 북미 사업의 성장 및 수익성 개선을 감안하면 LG생활건강의 전반적인 실적 흐름은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