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양강인 코스맥스(192820)와 한국콜마(161890)가 올해 2분기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가운데 미국 법인 성과는 엇갈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코스맥스는 미국 법인 매출이 80% 가까이 늘면서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냈지만, 한국콜마 미국 법인은 매출이 뒷걸음질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현지 공장이 생산하는 제품과 고객사 구성이 서로 다른 데다 기존 고객사의 판매 확대에 따른 재주문(리오더)이 본격화하는 시점에도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콜마는 최근 실적을 견인하는 선케어·스킨케어 제품 수주가 국내 공장에 집중된 반면, 미국 공장은 메이크업(색조) 제품 비중이 높아 케이(K)뷰티 성장의 수혜가 현지 법인 실적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각 사에 따르면 코스맥스는 올해 2분기 매출 7949억원, 영업이익 7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5%, 21.2% 증가했다. 한국콜마도 매출 8613억원, 영업이익 1103억원으로 각각 17.8%, 50.2% 늘었다. 한국콜마의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다만 양사 미국 법인 실적은 엇갈렸다. 코스맥스 미국 법인의 매출은 538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300억원보다 79.4%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13년 미국 법인 설립 이후 처음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한국콜마 미국 법인은 매출이 2.9% 감소한 178억원, 영업손실은 14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맥스 미국 법인의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고객사와 제품군의 동반 확대다. 올 2분기 코스맥스 미국 법인의 제품 구성은 기초 화장품 46%, 색조 화장품 54%로 집계됐다. 기존 색조 제품뿐 아니라 OTC(일반의약품) 품목과 K뷰티 특유의 제형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주문이 여러 제품군으로 확산한 덕이다.
기존 고객사들의 재주문이 본격화한 점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단순 신제품 생산을 넘어, 기존 출시한 제품들의 판매가 늘면서 재주문 규모가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 미국 법인은 단발성 신규 수주보다는 고객사 안착에 따른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생산 물량 확대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도 흑자 전환의 배경으로 꼽힌다. ODM 업체는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이 있어 일정 수준 이상 생산 물량이 늘면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 코스맥스 미국 법인 매출은 1년 만에 300억원에서 538억원으로 80%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콜마 미국 법인의 경우 고객사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2분기 매출에서 메이크업 제품 비중은 88%에 달한 반면 선케어와 스킨케어는 각각 4%, 3%에 그쳤다. 한국콜마 국내 법인의 선케어·스킨케어 비중이 각각 35%, 49%인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한국콜마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는 선케어·스킨케어 성장의 수혜가 미국 현지 법인에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기존 최대 고객사의 발주 감소 영향도 컸다. 한국콜마에 따르면, 기존 미국 법인 최대 고객사의 매출 비율은 최근 50%대까지 낮아졌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법인 실적이 크게 악화했고, 올해 2분기에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 줄어드는 역성장이 이어졌다. 낮아진 생산 물량 탓에 2분기 미국 법인의 가동률도 9%에 머물렀다.
다만 고객사 다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실적 반등을 위한 기반은 갖춰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최대 고객사의 비중이 낮아지는 대신 BB·CC크림 등을 주문하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MNC) 계열 색조 브랜드의 매출이 크게 늘고 있는 덕이다. 실제 한국콜마 미국 법인의 적자 폭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2분기 영업손실은 14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졌지만 전 분기 37억원보다 23억원 축소됐다.
이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고객사 다변화와 함께 3분기부터 낮아지는 전년도 기저 영향으로 하반기 한국콜마 미국 법인 매출액은 세 자릿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