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패션 사업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가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몸집을 키우는 사이, 나이스클랍과 겐조 등을 전개하는 롯데GFR은 적자 속 사업 재편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롯데GFR은 최근까지 대표 브랜드인 나이스클랍 리브랜딩을 지속해 왔다. 상품 구성을 개편하고, 아울렛·온라인 유통망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명 변경 가능성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백화점 여성 영캐주얼을 대표하는 브랜드였지만, 소비 트렌드 변화와 온라인 플랫폼 성장 속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롯데GFR이 전개하는 나이스클랍의 리브랜딩 시그니처 상품 WOW 재킷. /롯데GFR 제공

브랜드 영업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현재 나이스클랍 공식 온라인몰과 입점 플랫폼에서는 상당수 상품이 60~7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통상적인 시즌오프 물량이 포함됐다고 해도, 할인 판매가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롯데GFR은 지난 몇 년 간 수익 개선을 위해 브랜드 재정비를 이어왔다. 이탈리아 애슬레저 브랜드 카파는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2024년 국내 재론칭 3년 만에 사업을 종료했다. 프랑스 바람막이로 유명한 까웨, 영국 뷰티 브랜드 샬롯틸버리 등도 수익이 악화하면서 계약 만료와 함께 사업을 철수했다.

롯데GFR은 롯데쇼핑이 지분 99.99%를 보유한 자회사다. 지난 2018년 롯데쇼핑이 인수한 패션회사 엔씨에프와 롯데백화점의 글로벌 패션 부문이 통합해 출범했다. 현재 나이스클랍, 겐조 외에 겐조키즈, 캐나다구스, 스포티앤리치 등 7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출범 이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194억원까지 확대된 영업 손실은 2023년 92억원, 2024년 58억원, 지난해 39억원으로 줄였지만 흑자로 돌아서는 데는 실패했다. 브랜드 철수와 비용 효율화를 통해 손실 규모를 축소했지만, 흑자 전환을 이끌 뚜렷한 성장 동력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롯데쇼핑 산하의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계열사 에프알엘코리아 상황과 대조적이다. 에프알엘코리아는 노재팬 불매 운동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7.5% 증가한 1조3524억원을 기록했다. 2년 연속 1조 클럽을 유지한 데 이어 영업이익은 2704억원으로 81.6% 증가했다.

국내 플래그십 스토어 '유니클로 명동점' 외관. /유니클로 제공

실적 개선에 힘입어 국내 투자는 확대되고 있다. 국내 유니클로 점포 수는 2019년 190개에서 2022년 122개까지 줄었지만 지난해 135개까지 늘었다. 올해 5월에는 5년 만에 서울 명동에 재진출했고, 부산, 울산, 전주 등 주요 지역에도 신규 출점을 추진하며 공격적인 오프라인 투자를 하고 있다.

롯데의 엇갈린 패션 사업 성적표는 국내 패션 시장 변화와 맞닿아 있다. 고물가 장기화와 소비 양극화 속 패션 소비도 양극화하는 추세다. 기본 의류는 유니클로, 자라 같은 SPA에서 사고, 고가 제품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명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 사이에 낀 중간 가격대 여성복과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이 자라와 합작으로 운영 중인 자라리테일코리아도 롯데쇼핑 지분법 이익 증가에 기여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쇼핑이 투자한 무인양품(MUJI) 역시 국내 사업 실적 회복세를 바탕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9월 무인양품에 약 200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백화점 입점 여부와 브랜드 인지도가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상품 기획력과 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해졌다"며 "특히 나이스클랍처럼 백화점 유통망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간 가격대 브랜드들은 대체할 만한 국내외 브랜드가 크게 늘어난 데다 SPA의 빠른 상품 기획, 가성비 공세가 겹치면서 경쟁이 훨씬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고가 패션 브랜드들의 리브랜딩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29CM, W컨셉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젊은 세대에게 신생 브랜드처럼 포지셔닝하려는 시도도 많아지고 있다. 브랜드 콘셉트를 비롯한 상품 경쟁력을 빠르게 다시 정립하지 못하면 앞으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