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케이(K)뷰티 기업들이 실적 호황의 과실을 주주와 나누려는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다.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주주 전용 자사몰을 통해 제품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도 나타났다. 글로벌 사업 확대로 현금 창출력이 커진 데다, 투자자와 정부의 주주환원 요구또한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확대는 실제 주가 부양 효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달바글로벌(483650)은 최근 주주들이 자사 화장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웹 기반 주주우대 자사몰을 열었다. 기존 서비스는 제휴 4개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새 자사몰은 증권사와 관계없이 PC와 모바일에서 가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할인 대상 제품도 기존 5개에서 10개로 늘렸다.
자사몰은 보유 주식 수와 보유 기간에 따라 퍼스트·로얄·시그니처 등 3개 등급으로 나눠 혜택을 제공한다. 등급별로 기본 할인율과 매달 사용할 수 있는 추가 할인 한도가 다르며, 주식을 181일 이상 보유하면 할인 한도가 확대된다. 주식을 오래 보유할수록 혜택을 늘려 장기 투자와 반복 구매를 동시에 유도하는 구조다.
달바글로벌은 재무적 주주환원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으로 확보한 자사주 8만3364주 가운데 임직원 주식보상 예정 물량 2만주를 제외한 6만3364주를 연내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부터 2028년까지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 수준을 25% 이상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에이피알(278470)도 지난달 보통주 1주당 2500원, 총 936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2024년 상장 이후 자사주 취득·소각과 현금배당을 합친 누적 주주환원 규모는 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3월에는 상장 후 첫 밸류업 공시를 통해 연결 당기순이익 기준 주주환원율을 25% 이상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대형 화장품 업체들도 주주환원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LG생활건강(051900)은 올해 반기 배당금을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전년 대비 50% 늘어난 주당 1500원으로 결정했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연결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을 30% 이상 유지하고, 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002790)도 지난해 2월 보통주 300만주를 소각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300만주를 추가로 소각했다. 올해 소각 물량은 당시 기준 약 930억원 규모로, 발행 보통주의 약 3.8%에 해당한다.
기업들이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는 가장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해외 사업 성장에 따른 현금 창출력 확대가 꼽힌다. 과거 K뷰티 기업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해외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 자금을 우선 투입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여력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매출과 이익 규모가 커지면서 성장 투자를 이어가는 동시에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줄 재무적 기반도 갖췄다는 평가다.
해외 기관투자자의 관심이 커진 점도 주주환원 확대를 이끌고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화장품 업종에서 외국계 투자자가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사례는 지난해 6월 2건에서 올해 6월 9건으로 늘었다. 전체 업종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주주친화 정책은 주가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달바글로벌 주가는 주주우대 자사몰을 연 직후인 4일 장중 전 거래일보다 9.62% 오른 24만5000원까지 상승했다. 지난달 29일 개선된 2분기 실적과 중간배당 확대를 발표한 LG생활건강도 다음 날 주가가 11% 오른 29만2000원까지 상승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현재 K뷰티 기업들의 주가에는 성장에 대한 높은 기대가 반영돼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매출 성장이 특정 히트 상품이나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현금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