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케이(K)뷰티 소비가 화장품을 넘어 피부 시술로 확대되면서 뷰티 산업의 사업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호텔 안에 피부과가 들어서고, 화장품 기업은 병원용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올리브영과 대형 약국에는 시술 전후 제품이 늘어나는 등 K뷰티 생태계가 피부 시술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은 18년 만에 진행하는 대규모 리뉴얼을 통해 일부 객실을 줄이고, 저층부에 피부과 등 의료 시설을 확대한다. 피부과·성형외과를 찾는 외국인 의료 관광 수요가 늘면서 숙박과 의료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호텔은 이달 14일 하이엔드 브랜드 '더그랜드롯데 서울'로 재개관할 예정이다.

더그랜드롯데 로고. /롯데호텔앤리조트 제공

롯데호텔은 그동안 의료·웰니스 분야 연계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롯데시티호텔 마포에는 피부과·치과·성형외과 등이 입점해 있고, 부산 롯데호텔에서도 메디컬센터를 운영했다. 의료 시술 전후 숙박이 필요한 관광객을 유치하면 객단가를 높이고, 장기 투숙 수요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리조트에서도 의료 관광 수요를 겨냥한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다.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지난해 줄기세포 시술, 성형외과·치과 진료, 안티에이징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메디컬 클리닉을 열었다. 카지노나 공연을 즐기기 위해 리조트를 찾은 외국인들이 서울 도심까지 이동하지 않고도 피부 시술을 받은 뒤 출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화장품 기업은 병원용 의료기기 개발에 나서며 피부 시술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002790)는 최근 피부미용 의료기기 전문 기업 하이어코퍼레이션과 손잡고 스킨부스터,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 의료기기 공동 개발에 나섰다. 시술 후 애프터케어 제품 개발과 병·의원 유통 협력도 추진하며 전문 시술부터 사후 관리를 아우르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에이피알(278470)은 올해 하반기 병원용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한다. 기존 홈 뷰티 디바이스 사업을 넘어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전문가용 에너지 기반 의료기기(EBD) 1~2종 출시를 준비 중이다. 제로이드 브랜드를 운영 중인 네오팜은 바이오스티뮬레이터 의료기기를 병·의원에 공급하고 있다.

유명 할리우드 스타인 킴 카다시안이 서울에 방문해 피부과 시술을 받는 자신의 모습을 공유했다./인스타그램

뷰티 시장 내 화장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이 의료·시술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병원용 의료기기는 화장품이나 홈 뷰티 디바이스보다 가격대와 수익성이 높고, 의료 현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유통 채널도 바뀌고 있다. 올리브영에서는 PDRN, 시카, 재생크림 등 피부과 시술 후 진정과 회복을 돕는 애프터케어 제품군이 늘고 있다. 대형 약국 중에서도 레이저 등 피부 시술 후 필요한 기능성 화장품과 피부 탄력 개선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 외국인들의 K뷰티 소비는 화장품에서 시술로 점차 이동하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새벽 비행기로 서울을 찾아 피부 시술을 받고 당일 귀국하는 콘텐츠가 유튜브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는 피부과 예약을 중심으로 한국 여행 일정을 짜는 'K뷰티 여행'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울을 소위 '웰에이징의 메카'로 소개하면서, 미국 여성들이 피부 시술, 쇼핑, 관광을 결합한 여행을 즐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피부 시술을 받을 수 있는 데다 K뷰티 쇼핑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보건복지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의료 관광객은 201만1822명으로 전년보다 71.9% 증가하며 처음 200만명을 넘어섰다. 진료과별로는 피부과가 62.9%로 가장 많았고, 피부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1년 새 86.2% 늘었다. 의료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은 약 775만원으로 일반 관광객의 4.7배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