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KITA)는 지난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브라질 상파울루 한국문화원에서 '상파울루 K뷰티 프리미엄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무역협회 제공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중남미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중국 의존도를 줄인 뒤 북미, 유럽에서 케이(K)뷰티 열풍을 일으킨 기업들이 이제는 브라질, 칠레 등 지구 반대편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 방문에 주요 화장품 기업 경영진이 경제사절단으로 대거 동행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는 이상목 아모레퍼시픽홀딩스(002790) 사장과 김병훈 에이피알(278470) 대표,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 김성운 실리콘투(257720)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삼성과 SK, 현대차(005380) 등 주요 그룹과 더불어 화장품 업계 경영진이 대통령 순방 경제사절단에 대거 이름을 올린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차세대 민항기 공동개발, 핵심광물 분야의 공급망 협력, K뷰티까지 세 가지 분야에서 큰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각) 브라질 상파울루 한 호텔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앞서 K뷰티 기업 전시 부스를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는 중남미를 바라보는 화장품 업계의 기대감도 반영돼 있습니다. K뷰티 수출은 그동안 중국과 일본, 미국 등에 집중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멕시코를 비롯해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등으로 판매망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K팝, K드라마를 계기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산 화장품 수요도 함께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라네즈를 앞세워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에 진출한 데 이어 브라질과 페루로 판매 지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미쟝센과 려를 앞세워 헤어케어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의 올리브영과 비슷한 현지 드럭스토어를 통해 제품을 유통하고 있고, 올해 5월에는 브라질 내 세포라 전 매장 입점을 완료해 오프라인 접점도 넓혔습니다.

LG생활건강(051900)도 중남미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한국을 국빈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게는 LG생활건강의 오휘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국빈 선물로 전달됐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이전에도 한국 화장품을 자신의 외모 관리 비결로 언급할 정도로 K뷰티에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지난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LG생활건강의 더후 제품이 각국 정상에게 제공되며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브라질 세포라에서 판매 중인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제품 이미지. /브라질 세포라 홈페이지 캡처

◇ 대기업부터 인디브랜드까지 중남미 공략 강화

중견·인디 브랜드들의 중남미 공략 움직임도 빠릅니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 스킨1004, 티르티르 등을 브라질 세포라에 입점시키며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스킨1004의 지난해 남미 매출은 전년보다 187% 증가했습니다. 에이피알은 메디큐브를 중심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유통망 확대에 나섰고, 실리콘투는 멕시코 법인을 교두보 삼아 연내 브라질 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북미와 남미를 잇는 유통 거점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중남미는 K뷰티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힙니다. 젊은 소비자가 많고 화장품 소비가 활발한 데다 피부색과 모질이 다양해 스킨케어부터 색조, 헤어케어까지 폭넓은 상품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높아진 K뷰티 인지도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남미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힙니다.

그 중심에는 브라질이 있습니다. 브라질은 중남미 최대 소비국이자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화장품 시장입니다. 유로모니터는 올해 브라질 화장품 시장 규모가 약 340억달러(약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 수출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의 브라질 화장품 수출액은 2020년 518만달러(약 76억원)에서 지난해 5430만달러(약 794억원)로 5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중소기업의 중남미 화장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9% 증가해 전체 지역 평균 증가율인 30.7%의 4배를 웃돌았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화장품 수출액은 70억달러(약 10조241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북미, 유럽을 넘어 중남미가 K뷰티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