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 헤지스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서울'. 매장에 들어서자 영국 런던 노팅힐을 테마로 꾸며진 공간이 나왔다. 층을 따라 이동하면서 빈티지 시장인 포토벨로 마켓과 거리 축제인 노팅힐 카니발에서 영감을 받은 2027년 봄·여름(SS) 컬렉션을 둘러볼 수 있었다.
#LF##는 이날 명동 플래그십 '스페이스H 서울' 전관(약 1200㎡)에서 헤지스 글로벌 수주회를 열었다. 제품을 진열·소개하고 주문받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간 연출과 브랜드 스토리, 인공지능(AI) 기반 수주 시스템을 함께 선보였다. 해외 바이어들이 컬렉션과 브랜드 정체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수주회는 지난해 8월 처음 도입돼 이번이 세 번째다.
영국풍으로 꾸민 공간 곳곳에선 한국적인 요소도 눈에 띄었다. 오방색에서 착안한 아이코닉 컬렉션과 무명, 쪽빛을 활용한 데님 제품을 선보였고 달항아리, 자개, 조각보, 괴불 등 전통 공예 요소도 함께 전시했다. 헤지스의 영국 헤리티지에 한국적 미감을 결합해 제품과 공간에 녹여냈다는 게 LF 측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헤지스 블루'다. 염색하지 않은 무명에서 쪽빛으로 이어지는 색의 변화를 데님 컬렉션으로 구현했다. 헤지스 블루는 데님을 하나의 소재로 활용해 청바지뿐 아니라 셔츠와 재킷, 액세서리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한쪽에는 남은 원단으로 만든 조각보와 전통 침선 장인의 작업물도 함께 전시했다.
김훈 헤지스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는 "옷을 디자인한다는 건 단순히 옷만 만드는 게 아니라 분위기까지 구현하는 것"이라며 "스토리를 쌓아가며 공간을 구성했고 한국적인 요소도 인위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번 수주회의 또 다른 특징은 AI 도입이다. 헤지스는 AI를 활용해 디지털 룩북과 런웨이 영상을 만들었고, 브랜드 대표 캐릭터 '해리'를 활용한 AI 애니메이션 영상도 공개했다. 글로벌 바이어들이 브랜드 철학과 시즌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한 콘텐츠다.
수주 방식에도 AI를 처음 적용했다. 헤지스는 AI 기반 디지털 룩북과 연동한 글로벌 B2B 오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바이어들은 디지털 룩북에서 상품의 핏, 스타일링, 디테일을 확인한 뒤 원하는 상품, 색상, 사이즈, 수량을 입력해 주문까지 진행할 수 있다. 별도의 문서 작업이나 이메일 없이 수주가 가능하도록 해 주문 편의성,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최우일 헤지스 사업부장은 "기존에는 수주회가 끝나면 바이어들이 엑셀 파일을 보며 주문하다 보니 현장에서 본 착장과 브랜드 콘셉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현장에서 경험한 내용을 주문 과정까지 그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LF는 향후 AI를 활용해 해외 시장의 패션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를 상품 기획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진출 국가가 늘어날수록 현지 소비자 취향과 시장 특성을 상품에 반영하는 현지화 전략 중요성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LF는 헤지스를 앞세워 해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성인·키즈 등 약 6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대만·베트남·러시아에도 진출했다. 올해 9월 홍콩을 시작으로 태국·인도·프랑스 등 신규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헤지스는 2024년 국내외 합산 매출 9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원을 넘어섰다. 회사는 글로벌 사업 확대에 맞춰 국가마다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기 위한 전략을 강화해 간다는 방침이다.
최 사업부장은 "가격보다는 품질과 스토리텔링으로 경쟁하는 것이 헤지스의 방향"이라며 "상품 기획 단계부터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착장, 공간으로 연결해 제안하는 것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