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내 소비 회복세가 둔화한 가운데서도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아웃도어와 스포츠, 아이웨어 등 다양한 부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 중국의 상반기 최대 전자상거래 행사인 '618 쇼핑 페스티벌'에서 국내 브랜드들은 글로벌 브랜드와 중국 로컬 브랜드가 경쟁하는 주요 분야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K패션이 단순한 한류 수혜를 넘어 현지 소비자 취향을 파고드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카테고리별 거래액 순위 상위권에 오른 것은 글로벌 브랜드와 중국 로컬 브랜드를 상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배우 후거(왼쪽)와 류시시를 모델로 한 중국 코오롱스포츠 화보. /코오롱스포츠 중국 웨이보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618 행사는 중국 주요 전자상거래 기업인 JD그룹(징둥닷컴)이 창립기념일인 6월 18일을 기념해 매년 5월 중순~6월 중순 진행하는 할인 행사다. 티몰(天猫), 더우인 등 중국 주요 온라인 쇼핑 플랫폼도 함께 참여하는 상반기 최대 쇼핑 행사로 꼽힌다. 중국 전자상거래 데이터 업체 싱투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618 행사 기간 전체 온라인 거래액은 9340억위안(약 213조원)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지난해 성장률(15.2%)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둔화했다.

이런 가운데 코오롱FnC가 전개하는 코오롱스포츠는 올해 618 행사 기간 티몰이 집계한 거래액 순위에서 아웃도어 부문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순위는 5위였지만, 올해는 노스페이스와 데카트론 등을 제치고 관련 카테고리 선두를 기록했다. 코오롱스포츠는 스포츠와 아웃도어 브랜드를 합산한 운동아웃도어 부문 전체 순위에서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1973년 출범한 국내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다. 2006년 중국에 진출한 뒤, 2017년 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기업 안타(ANTA)그룹과 50대50 지분율로 합작 법인을 설립하며 중화권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중국 사업에서는 코오롱스포츠가 상품 기획과 디자인, 연구·개발을 맡고 안타그룹이 현지 영업과 마케팅, 유통망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휠라는 스포츠 및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 중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동일한 순위다. 3위부터 6위까지는 각각 나이키, 리닝, 룰루레몬, 안타가 이름을 올렸다.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창립됐으나, 2007년 한국 법인 휠라코리아가 글로벌 본사를 인수하며 한국 기업이 보유한 스포츠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이후 중국 시장에서는 안타그룹과 협력해 사업을 확대했다. 안타그룹은 2009년 말 중국 내 휠라 사업을 인수한 뒤 휠라를 고급 스포츠 패션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며 현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휠라가 중국 시안 세그국제쇼핑센터에 문을 연 플래그십 매장 '휠라 토피아(FILA TOPIA) 시안 원호점'. /휠라 제공

젠틀몬스터도 올해 순위를 끌어올렸다. 젠틀몬스터는 지난해 티몰 시계·안경 분야에서 5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같은 부문 3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젠틀몬스터는 지난 2011년 출범한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다. 중국에서는 상하이와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며 현지 소비자 접점을 넓혔고, 온라인에서는 티몰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남성복 부문에서는 LF(093050)가 전개하는 헤지스가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6위)와 비교해 순위를 3계단 높였다. 헤지스는 2000년 출범한 국내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다. 2007년 현지 신사복 기업 빠오시냐 오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뒤 프리미엄 캐주얼 전략을 앞세워 입지를 넓혀 왔다. 최근에는 중국 내 매장 수를 600여 개 수준까지 늘렸고, 상하이 신천지에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상하이'를 여는 등 오프라인 프리미엄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헤지스가 올해 2월 문을 연 스페이스H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 /LF 제공

F&F가 전개하는 MLB도 스포츠 브랜드 분야에서 18위에 올랐다. 지난해와 동일한 순위다. MLB는 F&F가 지난 1999년 미국 메이저리그 협회로부터 전 세계 최초로 의류 판권을 획득해 만든 브랜드다. 대표 제품은 메이저리그 팀 로고가 박힌 볼캡(모자) 등으로, 2020년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패션 시장은 성장 여력이 크다는 점에서 국내 브랜드들이 놓치기 어려운 시장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중국 신발·의류 시장이 2030년 약 3조4000억위안(약 776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KOTRA 상하이무역관은 "전자상거래와 소셜 네트워크의 급속한 발전을 통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패션 트렌드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며 관련 소비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며 "특히 독창적인 개성을 가진 패션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