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단순 패션 유통 플랫폼을 넘어 브랜드 협업을 직접 기획하는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입점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공기관, 글로벌 브랜드, 뷰티 브랜드, 인플루언서, 테크 기업까지 협업 대상으로 끌어들이며 무신사에서만 살 수 있는 단독 상품들을 잇달아 선보이는 모습입니다. 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무신사가 상장 과정에서 플랫폼의 확장성과 상품 기획력을 부각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지난 25일 무신사 실시간 랭킹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ROKA 에디션' 상품. 무신사와 육군본부가 협업해 제작됐다. /무신사 제공

1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최근 대한민국 육군본부와 협업해 육군 공식 브랜드인 'ROKA(Republic of Korea Army)'를 활용한 'ROKA 에디션'을 출시했습니다. 육군이 패션 플랫폼과 협업 상품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협업 제품은 육군을 상징하는 호랑이 그림과 로카 로고를 재해석해 각종 의류 디자인에 활용하는 형태로 제작됐습니다. 운동 시 착용할 수 있는 퍼포먼스웨어와 모자, 바람막이, 군번줄을 모티브로 한 키링 등 총 15종으로 구성된 제품들은 출시 직후 무신사 실시간 랭킹 1위부터 10위까지 상위권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번 육군본부 사례는 무신사가 확대하고 있는 협업 마케팅 전략의 연장선입니다. 무신사는 2024년 2월부터 여러 브랜드와 협업해 무신사에서만 발매하는 특별 제작 상품을 '무신사 에디션'이라는 콘셉트로 체계화했습니다. 여기에는 무신사가 선정한 브랜드와 아티스트, 크리에이터가 공동 기획한 협업 컬렉션 등도 포함됩니다.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해 무신사 에디션으로 진행된 협업은 총 126건입니다. 올해는 1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넉 달 동안에만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한 119건의 발매가 진행됐습니다. 무신사 에디션으로 출시되는 제품들은 발매 직후 판매량 랭킹 상위권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달 4일부터 18일까지 무신사 스토어 성수에서 진행된 오클리 메타 AI 글래스 팝업 스토어 현장. /무신사 제공

패션 외 영역으로도 협업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지난달 스페셜 발매 서비스인 '무신사 드롭'을 통해 오클리와 메타가 협업한 AI 글래스 '오클리 메타'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이후 서울 성수동 무신사 스토어 성수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고 소비자들이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패션 플랫폼이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의 국내 론칭 채널로 활용된 것입니다.

무신사는 신사업으로 확장 중인 뷰티 분야에서도 비슷한 협업 전략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무신사 뷰티가 지난달 설화수와 디자이너 브랜드 르쥬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설화수 퍼펙팅 쿠션'은 무신사 선발매 30분 만에 완판됐습니다. 협업 상품에 대한 관심은 다른 제품 구매로도 이어져 설화수의 지난 5월 무신사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261% 증가했습니다.

무신사가 협업 상품을 잇달아 늘리는 것은 패션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고객이 무신사를 찾아와야 할 이유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온라인 패션 시장에서는 같은 브랜드 상품이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가격과 할인 경쟁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단독 협업 상품은 특정 플랫폼에서만 구매할 수 있어 신규 고객 유입과 재방문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설화수가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르쥬와 협업해 무신사에서 선출시한 '설화수 퍼펙팅 쿠션 리미티드' 제품 사진. /설화수 제공

개별 브랜드 입장에서도 무신사는 협업 파트너로서 매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협업 상품은 출시 초반 화제성과 노출이 중요한데, 무신사는 대규모 회원 기반과 실시간 랭킹, 라이브 커머스, 한정 발매 서비스, 오프라인 팝업 공간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브랜드는 무신사와 손잡는 것만으로 젊은 소비자에게 신제품을 빠르게 알리고, 실제 판매 반응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신사 역시 입점 브랜드가 타깃 고객에게 적합한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와 상품을 기획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화보 촬영과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협업 확대가 IPO 준비와도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무신사는 지난해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IPO를 위한 입찰 제안 요청서(RFP)를 배포한 뒤 한국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KB증권과 JP모간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습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무신사가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 가치는 10조원 안팎입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브랜드 협업은 단순히 로고를 함께 붙이는 수준을 넘어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개하느냐도 성패를 가르는 요소가 됐다"며 "무신사처럼 젊은 소비자 기반과 콘텐츠 제작 역량, 온·오프라인 접점을 함께 가진 플랫폼은 브랜드 입장에서도 협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