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바르는 뷰티'를 넘어 '먹는 뷰티'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화장품을 통해 확보한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 개발·마케팅 역량, 해외 유통망을 '이너뷰티' 사업에 접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너뷰티는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통해 피부와 체형 등 미용 효과를 기대하는 제품군을 말한다. 관련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은 이너뷰티 브랜드 출시를 위해 상품 기획, 이커머스 MD,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직 채용을 진행 중이다. 구다이글로벌 측은 채용 공고를 통해 "해당 직무는 구다이글로벌의 신규 관계사 소속 채용 건"이라며 "신규 이너뷰티 브랜드의 제로 베이스부터 성장 여정을 함께하실 분들을 찾는다"고 밝혔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를 비롯해 티르티르, 스킨1004, 라운드랩, 스킨푸드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멀티 브랜드 기업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내년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화장품 브랜드 인수와 해외 유통망 확대에 이어 이너뷰티를 신규 카테고리로 검토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피알(278470)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이너뷰티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최근 건강기능식품 전문 OEM·ODM 기업 네추럴웨이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에이피알은 기존에도 산하 브랜드 글램디(GLAM.D)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영위해 왔다. 글램디의 대표 제품은 효소, 단백질 셰이크 등 체중 관리와 건강관리 제품군 중심이었다. 에이피알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피부·미용 등 이너뷰티에 초점을 맞춘 제품 개발을 확대할 전망이다.
화장품 기업들이 이너뷰티에 뛰어드는 것은 기존 사업과의 접점이 크기 때문이다. 콜라겐, 히알루론산, 레티놀, 글루타치온 등 이너뷰티 제품에 주로 활용되는 성분은 화장품 소비자에게도 익숙하다. 제품 개발과 마케팅 과정에서도 피부, 항산화, 슬로에이징, 체중 관리 등 기존 뷰티 문법을 활용할 수 있다.
반복 구매가 잦다는 점도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제품별 사용 주기가 비교적 긴 반면, 건강기능식품과 이너뷰티 제품은 일정 기간 꾸준히 섭취하는 방식으로 소비된다"며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면 정기 구매나 세트 판매로 이어질 수 있어 매출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은 이미 국내 일상 소비재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건강기능식품 구매 경험률은 83.6%로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성장성도 높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이너뷰티와 유사한 개념인 글로벌 뉴트리코스메틱 시장은 2025년 82억1000만달러(약 12조4000억원)에서 2035년 180억2000만달러(약 27조2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뉴트리코스메틱은 섭취를 통해 피부·모발·손톱 등 외모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제품을 뜻한다. 이너뷰티는 체중 관리와 장 건강, 수면 등 웰니스 영역까지 포함해 더 넓은 개념으로 쓰인다.
유통 채널에서도 관련 수요는 확인되고 있다. 올리브영이 올해 1월 선보인 웰니스 큐레이팅 플랫폼 '올리브베러'는 론칭 100일 만에 웰니스 상품을 처음 구매한 올리브영 회원 180만명을 확보했다. 오프라인 1호 매장인 광화문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오픈 직후 7% 수준에서 4월 말 50%에 육박했다. 올리브영은 연내 올리브베러 매장을 1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류 건강기능식품 제품은 대부분 대량 양산 체제로 알약 제형이 대부분이지만, 한국 제품은 구미, 젤리(스틱), 캡슐 등 다양한 제형과 트렌디한 콘셉트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케이(K)컬처와 K뷰티의 성공이 K이너뷰티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