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케이(K)뷰티 시장에 힘입어 무신사와 현대홈쇼핑, 대명화학 등이 잇달아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면서 뷰티 브랜드들의 입점 창구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들의 셈법은 오히려 복잡해지는 모습입니다. 새 채널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힐 기회는 커졌지만, 국내 오프라인 뷰티 시장에서 CJ올리브영의 영향력이 여전히 큰 만큼 기존 거래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브랜드들은 후발 채널 입점 여부를 비롯해 물론 제품 구색, 가격 정책, 프로모션 참여 범위 등을 신중하게 따지는 분위기입니다. 신흥 뷰티 채널들 역시 과거처럼 헬스앤뷰티(H&B) 스토어 형태로 올리브영과 정면승부를 벌이기보다 인디 브랜드, 4050 여성, 뷰티 아울렛, 초저가 상품 등 서로 다른 콘셉트와 타깃을 앞세워 차별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러스트=챗GPT DALL·E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뷰티(MUSINSA BEAUTY)는 오는 9월과 11월 각각 서울 홍대와 성수동에 뷰티 특화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무신사는 이에 앞서 성수동 대형 복합 매장인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안에 숍인숍 형태의 뷰티 편집 매장을 선보이며 오프라인 뷰티 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현대홈쇼핑도 뷰티 편집숍 '코아시스(Coasis)'를 앞세워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나섰습니다. 코아시스는 지난해 12월 경기 남양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에 첫 매장을 연 뒤 현대백화점 천호점, 현대아울렛 가든파이브점 등으로 점포를 넓히고 있습니다.

대명화학 계열사인 큐앤드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오프뷰티(OFF BEAUTY)'는 뷰티 아울렛 콘셉트를 내세워 점포를 늘리고 있습니다. 다이소 역시 1000~5000원대 초저가 뷰티 상품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늘어나는 오프라인 플랫폼에도 불구하고, 뷰티 브랜드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뷰티 유통 시장에서 올리브영이 갖는 영향력이 여전히 큰 만큼, 신규 플랫폼에 입점 제안을 받아도 올리브영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부 브랜드는 후발 플랫폼 입점을 검토하더라도 인기 제품은 제외하거나, 채널별 전용 상품을 따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시장 영향력이 큰 채널이 존재하는 만큼 브랜드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후발 플랫폼과 협업을 검토하더라도 기존 거래 관계를 고려해 일부 인기 제품은 제외하고 입점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에 있는 한 올리브영 매장의 K뷰티 브랜드 진열대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있다. /정재훤 기자

실제 올리브영 중심의 시장 구조는 과거 공정 당국의 판단 대상이 된 바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CJ올리브영이 자사 판촉 행사인 '파워팩'과 '올영픽' 진행 전후로 납품업체들이 경쟁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서 같은 품목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요구한 행위 등을 문제 삼아 시정 명령과 과징금 약 19억원을 부과했습니다. 이후 지난해까지 이어진 소송에서 과징금은 일부 감경됐지만, 올리브영이 납품업체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는 판단은 유지됐습니다.

◇ 신규 플랫폼 출점 전략도 다양화

이 같은 시장 환경은 최근 신규 플랫폼들의 출점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과거 올리브영과 유사한 H&B 스토어 포맷을 내세웠던 GS리테일(007070)의 랄라블라와 롯데쇼핑(023530)의 롭스가 경쟁에서 밀려 오프라인 로드숍 사업을 접은 만큼, 후발 주자들은 정면 승부보다는 세분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올리브영의 직접 대체재를 표방하기보다 각자의 강점이 있는 고객층과 상품군을 좁혀 공략하는 방식입니다.

무신사 뷰티는 당초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에 700여개 브랜드 입점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는 500여개 수준으로 규모를 조정했습니다. 단순 입점 브랜드 수를 늘리기보다 오프라인 접점이 부족했던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큐레이션을 강화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입니다.

현대홈쇼핑의 코아시스는 4050 여성과 기능성 스킨케어 수요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오프뷰티는 브랜드의 이월·재고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아울렛 모델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다이소는 초저가 뷰티 상품과 전국 단위 점포망을 무기로 대중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들이 상위 사업자의 지배력에 눌려 있는 만큼 시장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후발 플랫폼들도 기존 유통 채널과의 경쟁보다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브랜드 육성 역량을 확보하는 데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