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의 부적절한 마케팅 논란 후 유통·패션업계에 마케팅 리스크 관리 경계령이 내려졌습니다. 화제성과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정치·사회·젠더 이슈 등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일부 패션 플랫폼은 온라인 커뮤니티 밈과 신조어를 정리한 사전을 만들고, 광고 모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 모델 활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루이비통 알마BB 가방을 착용하고 있는 AI 모델. /루이비통 홈페이지 캡처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커뮤니티어 사전'을 제작해 전 임직원에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밈과 신조어, 은어, 젠더 관련 표현, 정치·사회적 맥락이 담긴 단어 등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마케팅 문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텐츠 제작 시 사전 검토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마케팅 관련 검수 체계를 고도화했습니다. 단순히 담당 부서가 자료를 정리해 공유하는 수준이 아니라 마케팅 문구나 콘텐츠를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신사 관계자는 "마케터나 기획자가 작성한 내용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특정 이슈나 밈, 유사 표현과 연관성이 있는지 사전에 검토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들어 놓았다"며 "과거 이슈를 계기로 관련 검수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왔고 최근에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패션 플랫폼은 온라인 트렌드에 민감한 만큼 의도치 않게 특정 표현이나 유행어가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편입니다. 특히 특정 성별을 타깃으로 하는 플랫폼의 경우 젠더 이슈에 더욱 민감해 관련 검수 절차를 강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업계가 긴장하는 배경에는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논란이 있습니다. 특정 날짜나 숫자, 문구가 기업 의도와 무관하게 사회·정치적 의미로 해석되며 불매운동이나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세월호 참사,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날짜를 정리한 이른바 '리스크 캘린더' 구축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월별로 주요 날짜와 관련된 이슈를 공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시스템으로 구축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했습니다.

LF가 전개하는 '질스튜어트뉴욕 여성'의 AI 캠페인 화보. /LF 제공

마케팅 리스크 관리는 광고 모델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스타나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생활, 발언 논란 등이 발생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까지 타격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최근 패션업계가 AI 모델 도입에 적극적인 배경에도 이런 리스크 관리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세계톰보이가 운영하는 여성복 브랜드 보브(VOV)는 AI 가상 모델 '빅토리아'를 공개했고, LF의 질스튜어트뉴욕 여성은 AI 기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정그룹의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도 시니어 AI 모델을 화보와 마케팅에 활용 중입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역시 일부 상품 착용 이미지를 생성형 AI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AI 모델의 장점으로는 비용 절감과 제작 효율성이 꼽혔습니다. 실제 모델을 섭외하고 촬영한 뒤 후보정하는 과정을 줄일 수 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리스크 제로에 가까운 관리 가능성까지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모델료 절감과 제작 효율성 때문에 AI 모델을 검토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생겼다"며 "실제 모델은 사생활 논란이나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지만 AI 모델은 그런 위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