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자동차, 스위스엔 시계, 이탈리아엔 가죽이 있는 것처럼 한국에는 케이(K)뷰티가 있습니다. 이제 한국은 뷰티 혁신을 대표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해 유럽 시장에서 먼저 성공한 K뷰티 브랜드 '예쁘다(Yepoda)'의 공동 창업자 샌더 준영 반 블라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유럽 시장에 다양한 브랜드가 진출하면서 희소성은 낮아졌지만,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K뷰티 존재감은 여전히 강하다는 평가다.

샌더 준영 반 블라델 예쁘다(Yepoda) 대표. /권유정 기자

예쁘다는 2020년 독일 베를린에서 론칭한 K뷰티 브랜드다. 한국계 네덜란드인 샌더 준영과 독일인 베로니카 스트로트만이 공동 창업해 K뷰티를 외국인 시각에서 재해석하며 주목받았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 6500만유로(약 1150억원)를 달성했고 시리즈B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현재 유럽 세포라 650개 이상 매장에 입점했고,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직원 수는 2년 만에 80명에서 130명으로 늘었고, 구성원 국적은 33개국 이상이다.

유럽을 비롯한 해외로 진출하는 K뷰티 브랜드가 늘어나는 가운데 예쁘다가 빠르게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샌더 준영 대표는 몇 년 새 급성장한 K뷰티 경쟁 과열 우려에 대해 "유럽을 비롯한 해외 소비자들이 K뷰티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K뷰티가 의미하는 건 혁신(Innovation)"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K뷰티라는 타이틀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결코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외에서 K뷰티 브랜드가 쏟아지는 만큼 차별화된 철학과 정체성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샌더 준영 대표는 "이제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무엇을 상징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를 보려 한다"고 말했다.

예쁘다는 유럽 시장에서 효능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앞세워 경쟁력을 확보했다. 샌더 준영 대표는 "제품 효과, 클린 포뮬러, 지속 가능성 세 가지를 함께 추구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성은 마케팅 요소가 아니라 브랜드 운영의 기본 기준"이라고 말했다. 예쁘다는 모든 제품에 비건·크루얼티 프리(Vegan & Cruelty-Free·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제품 자체를 출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성수동에 위치한 예쁘다 오프라인 스토어 '더 예쁘다 하우스 서울' 전경. /예쁘다 제공

그는 "제품 생산은 설립 초기부터 한국 제조사들과 협업해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화장품 제조 및 연구·개발(R&D)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새로운 성분과 포뮬러, 텍스처를 가장 빠르게 개발하는 시장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제품 기준과 혁신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예쁘다는 한국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달 말 성수동에 첫 번째 오프라인 스토어 '더 예쁘다 하우스 서울(The Yepoda Haus Seoul)'을 열고 국내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구축한 브랜드 경쟁력을 본고장인 한국 시장에서도 검증받는다는 전략이다.

샌더 준영 대표는 "한국에 새롭게 진출한다기보다 홈커밍(Homecoming·고향으로 돌아온 것)에 가깝다"며 "브랜드 아이디어 자체가 한국에서 출발했고 한국 제조사들과 함께 성장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뛰어난 브랜드와 높은 안목을 가진 소비자들이 있는 시장"이라며 "한국 소비자들이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직접 경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샌더 준영 대표와의 일문일답.

-유럽에서 성공한 뒤 한국에 진출한 이유는.

"한국에 새롭게 진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홈커밍에 가깝다. 브랜드 아이디어 자체가 한국에서 시작됐고 한국 제조사들과 함께 성장해 왔다.

나는 한국인 어머니와 네덜란드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부터 한국을 자주 방문했다. K뷰티를 접한 것도 그때다. 예쁘다는 한국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브랜드다. 한국은 뛰어난 브랜드와 높은 안목을 가진 소비자들이 있는 시장인 만큼 한국 소비자들이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다른 상권이 아닌 성수에 첫 오프라인 스토어를 낸 이유는.

"성수는 한국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철학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은 단순한 매장이 아니다. 브랜드 경험 공간이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한국 소비자를 이해하고 직접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다."

-한국 소비자들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로 꼽힌다. 부담은 없었나.

"물론 부담은 있다. 한국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지식이 많고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하지만 그만큼 존경하는 시장이다. 우리는 이미 유럽에서 사업 모델을 검증했고 지금이 한국에 들어오기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한국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배우고 싶다."

-세포라 입점 이후 브랜드 운영 방식에 변화가 있었나.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자사몰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며 우리가 원하는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포라 같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세포라는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고객 반응을 접하는 유통사다. 고객들이 실제 매장에서 제품을 경험하고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제품 진열 방식부터 고객 커뮤니케이션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인사이트를 얻고 있다. 오프라인은 또 다른 형태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한다."

세포라 매장에 전시된 예쁘다 제품. /예쁘다 제공

-최근 유럽에서도 K뷰티 브랜드가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K뷰티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K뷰티는 혁신(Innovation)이다. 독일에는 자동차가 있고, 이탈리아에는 가죽이 있고, 스위스에는 시계가 있다. 한국은 이제 뷰티 혁신을 상징하는 나라가 됐다. 물론 브랜드는 많아졌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K뷰티라는 이유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브랜드마다 자신만의 철학과 스토리, 가치가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럽 소비자들이 가장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K뷰티 요소는 무엇인가.

"예방 중심의 스킨케어 문화다. 유럽에서는 피부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접근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한국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꾸준히 관리하는 문화가 있다. 과거에는 유럽에서 더블 클렌징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계절에 따라 제품을 바꾸고 매일 피부 상태에 맞춰 관리하는 한국식 스킨케어 철학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예쁘다가 유럽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우리는 제품 효과(Effectiveness), 클린 포뮬러(Clean Formula),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동시에 추구한다. 많은 브랜드가 효과에 집중하거나 지속 가능성에 집중한다.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는다. 제품 효과를 위해 환경을 희생하지도 않고,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제품 효능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동시에 스킨케어를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 아니라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고자 했다. 제품마다 색상을 다르게 적용하고 사용 방법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스킨케어 루틴 자체를 쉽고 재미있게(Fun & Easy)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예쁘다만의 차별화 요소라고 생각한다."

-모든 제품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국 ODM·제조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ODM 기업들은 혁신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뷰티 브랜드가 한국을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새로운 성분과 포뮬러, 텍스처를 가장 빠르게 개발하는 시장이다. K뷰티 혁신의 원동력도 결국 한국 제조 생태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K뷰티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나.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의 경계가 점점 흐려질 것이다. 소비자들은 피부를 관리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효과를 동시에 원한다. 앞으로는 스킨케어 기능을 가진 메이크업, 메이크업 효과를 가진 스킨케어처럼 두 영역이 결합된 제품들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지난해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중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당분간 추가 투자보다 사업 확장에 집중하려 한다.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을 만나고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일본,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진출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 기존 시장에서 브랜드를 제대로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화장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오랫동안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