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의 첨단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상품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업무 곳곳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것은 물론 실제 AI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출시되고, 패션쇼 런웨이에는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등장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안경·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최근 구글과 삼성전자가 손잡고 개발한 AI 글라스 디자인을 맡아 주목받고 있다. 선글라스 제품에는 브랜드 특유의 독특한 타원형 뿔테가 적용됐고, 안경에는 부드러운 원형 테를 입혔다.

지난 15일 서울 강동구 갤럭시 로봇 파크에서 열린 갤럭시코퍼레이션 로봇 파크 미디어 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옷을 입고 지드래곤의 노래에 맞춰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메타의 경우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 오클리와 손잡고 AI 글라스를 선보였다. 레이밴 메타는 웨이페어러, 스카일러, 헤드라이너 등 레이밴을 대표하는 프레임 디자인으로 출시됐다. 오클리 메타의 경우 러닝·사이클링·아웃도어 환경에 최적화된 고글 형태로 만들어졌다.

패션 브랜드들이 평범한 액세서리를 넘어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AI 글라스는 그동안 기능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대중화 과정에서 디자인과 착용감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며 패션 브랜드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패션업계 전반에서 AI 도입은 이미 본격화했다. 의류업체들은 상품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업무 영역 전반에 AI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도 온라인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AI 쇼핑 서비스, 가상 피팅, AI 모델을 활용한 룩북 등을 자주 접하게 됐다.

구글 I/O 2026에서 공개된 AI 글라스 젠틀몬스터 디자인 콘셉트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LF는 국내 패션 전문몰 가운데 처음으로 오픈AI의 챗GPT에 LF몰 앱을 출시하고, 대화형 쇼핑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AI에 시간·장소·상황(TPO), 스타일, 구매 목적, 브랜드 등을 입력하면 LF몰 내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향후 이미지 인식 기반 스타일 추천, 오프라인 매장 연계 기능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온라인 쇼핑 과정에서 AI 생성 콘텐츠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AI로 만든 모델이나 룩북, 숏폼 영상이 많아지면서 표절 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근 피스피스스튜디오가 운영하는 마르디 메크르디와 명품 브랜드 끌로에 룩북이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마르디 룩북이 별도 표기되지 않은 AI 이미지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패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AI 교육이나 지원 사업도 생겨나고 있다. 한국패션협회는 업계 밸류체인 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AI 기반 트렌드 센싱, 마켓 리서치, 상품 기획, 판매 데이터 분석 등을 실무에 적용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멧 갈라'에 알렉산더 왕과 참가한 휴머노이드 로봇 '애지봇(AGIBOT) A2'. /애지봇 제공

패션쇼 풍경 또한 달라지고 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오는 28일 세계 최초 로봇 패션쇼를 열고 휴머노이드 로봇을 런웨이에 세울 예정이다. 지난해 서울패션위크에는 런웨이를 걷는 한 패션 브랜드 모델이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등장해 주목받기도 했다.

올해 미국 패션계 최대 행사 중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연구소 갈라(Met Gala·멧 갈라)'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했다.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애지봇(AGIBOT)은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과 협업한 휴머노이드 로봇 '애지봇 A2'를 선보였다.

한세실업은 다음 달 미래 로봇 의류 콘셉트를 소개하는 행사를 열고 디자이너 140여 명이 기획한 휴머노이드 로봇 패션을 공개하기로 했다. 향후 일상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어떤 옷을 입을지 디자이너들 상상력으로 구현한 미래 의류를 선보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 겸 한국패션협회장은 지난 22일 열린 '2026 글로벌 패션 포럼'에서 "패션 산업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패러다임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며 "AI를 활용해 패션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AX(AI 전환)에 최적화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