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뷰티 제품의 해외 수요가 가파르게 늘면서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국내 생산 기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메이드 인 코리아' 화장품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중국·미국 등 해외 공장과 별개로 국내 공장이 수출 대응의 핵심 거점으로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161890)는 상반기 내 중국 베이징 공장 운영을 종료하고 약 1700억원을 투자해 세종 공장 증설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 내 생산은 우시(무석) 공장으로 일원화하고, 국내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다.
세종공장은 전 세계 콜마 생산 기지의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국내외 4500여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2014년 준공 당시 아시아 내 단일 공장 가운데 최대 규모로 지어졌다. 이곳에서는 연간 8억9000만개의 기초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다. 한국콜마가 강점을 가진 선크림 제품도 전량 세종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한국콜마는 올해 초 콜마비앤에이치에 분산돼 있던 화장품 제조 사업을 한국콜마 체제로 편입하며 사업 효율화도 추진했다. 한국콜마는 콜마비앤에이치가 보유하던 마스크팩 제조사 콜마스크 지분 97.9%를 약 220억원에 인수했다. 또 콜마비앤에이치 종속회사 에치엔지가 영위하던 화장품 제조 사업 부문도 한국콜마 계열사인 콜마유엑스가 224억원에 양수했다. 건강기능식품에 강점이 있는 콜마비앤에이치는 본업에 집중하고, 화장품 ODM 역량은 한국콜마로 모아 생산·품질 관리·고객 대응 효율을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코스맥스(192820)도 오는 10월까지 평택 고렴산업단지 공장 증설에 605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글로벌 K뷰티 수요 확대에 대응해 생산 능력을 선제적으로 늘리기 위한 목적이다.
코스맥스는 화성과 평택을 두 축으로 연간 약 11억2400만개 규모의 국내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평택에서는 2017년 물류센터를 준공한 뒤 2019년 스킨케어 제품 중심의 1공장을 가동했고, 색조 화장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2공장도 2024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코스메카코리아(241710)도 지난해 청주 신공장을 가동하며 국내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신공장은 연간 6600만개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15개 생산 라인 중 4개를 하이드로겔 마스크 전용 라인으로 배치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스크팩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씨앤씨인터내셔널(352480)은 790억원을 들여 청주에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신공장은 씨앤씨인터내셔널의 기존 국내 화성·용인 공장 부지를 합친 것보다 규모가 6배 이상 크다. 내년 9월 준공 이후에는 연간 생산 능력이 현재보다 10억개 늘어난 14억5000만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31억달러(약 4조6400억원)로, 역대 모든 분기 가운데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화장품 수출액이 114억3000만달러(약 17조13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ODM 업체들이 해외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국내 공장을 키우는 배경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 대한 선호가 자리하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산 화장품의 제형 개발력과 품질 관리 역량을 높게 평가하면서, 국내 생산 능력이 곧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ODM 업체들의 해외 법인은 현지 고객사 대응 성격이 강하고, K뷰티는 여전히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단순히 한국 브랜드라는 것뿐 아니라 실제 생산지가 한국인지까지 중시하는 고객사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ODM 업체들의 국내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코스맥스의 올해 1분기 한국 법인 매출은 42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콜마 국내 매출은 3430억원으로 25% 늘었다. 코스메카코리아의 1분기 한국 법인 매출은 1422억원으로 91.3% 증가했다. 씨앤씨인터내셔널도 1분기 매출이 7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