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메디큐브'를 앞세운 에이피알(278470)이 국내 화장품 기업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세계 순수 뷰티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3위에 오른 데다, 연초 이후 외국인 지분율도 꾸준히 상승해 최근 37%대까지 올라왔다.

에이피알은 단일 브랜드의 일시적 흥행에 그치지 않고 자체 뷰티 디바이스 개발, 화장품·디바이스 결합 판매, 의료기기·원료 사업 확장 등을 통해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메디큐브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옥외광고. /에이피알 제공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올해 1분기 매출 5934억원, 영업이익 15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3%, 영업이익은 173.7%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단일 분기 기준 최대치다. 특히 1분기 해외 매출은 52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9.9% 증가했고,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89%까지 높아졌다.

통상 화장품 업계에서는 연말 쇼핑 시즌과 대규모 프로모션이 집중되는 4분기를 최대 성수기로 꼽는다. 그러나 에이피알은 상대적으로 비수기에 가까운 1분기에도 지난해 4분기 매출 5476억원을 넘어섰다. 해외 판매 채널 확대와 신제품 출시 효과 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유통망 확장과 해외 실적 성장세가 맞물리면서, 자본시장에서도 에이피알을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에이피알의 시가총액은 약 15조5500억원으로, 화장품·뷰티 디바이스 등 뷰티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상장사 가운데 3위를 기록 중이다. 같은 날 기준 1위 로레알은 약 1915억유로(약 335조원), 2위 에스티로더는 약 310억달러(약 46조원), 4위 시세이도는 약 1조3200억엔(약 12조5000억원)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연초 약 27% 수준이던 에이피알의 외국인 지분율은 최근 37%대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국내 주요 뷰티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율 상승 폭이 2~3%포인트 수준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전날 종가 기준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외국인 지분율은 24.7%, LG생활건강(051900)은 27.4%로 각각 집계됐다.

에이피알은 메디큐브의 단기 흥행에만 기대지 않고 반복 구매 구조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바이럴을 통한 일시적 구매 유도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매출 기반을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뷰티 디바이스 개발 역량은 에이피알의 대표적인 성장 기반으로 꼽힌다. 에이피알은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라인업을 통해 홈 뷰티 디바이스를 자체 개발하고, 이를 앰플·크림·패드 등 스킨케어 제품과 함께 사용하도록 유도하며 제품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디바이스는 한 번 구매하면 일정 기간 브랜드와의 접점이 유지되고, 관련 화장품 재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단품 화장품 판매보다 고객 충성도와 반복 매출을 만들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메디큐브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 X2' 제품 사진. /에이피알 제공

상품군 확대도 지속 성장 전략의 한 축이다. 에이피알은 최근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콜라겐·모공 관리 등 글로벌 소비자 수요가 높은 기능성 상품을 차례로 출시하고 있다. 특정 히트 상품에 의존하기보다 피부 고민별 라인업을 넓혀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아마존 뷰티 톱(Top) 100 내 에이피알 제품 수는 지난해 1분기 1~2개에서 올해 1분기 7~9개까지 늘었다. 베스트셀러 제품이 여러 개로 늘어나며 단일 히트 상품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이피알은 화장품과 홈 뷰티 디바이스 중심의 성장에서 나아가 의료기기와 항노화 신소재 PN(폴리뉴클레오티드) 원료 생산 영역까지 사업을 넓히고 있다. 브랜드 마케팅 역량을 넘어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내재화해 특정 제품 유행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낮추고, 중장기 성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에이피알의 과거 실적 성장의 많은 부분은 미국 온라인 시장에서 나왔는데, 이 시장 규모는 글로벌 뷰티 산업의 약 10%에 불과하다"며 "미국 오프라인과 유럽 온·오프라인 시장 비율은 38% 수준으로 온라인보다 훨씬 큰 만큼, 에이피알의 해외 매출은 앞으로도 추가 성장 여지가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