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양강인 코스맥스(192820)한국콜마(161890)의 북미 지역 법인이 적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미 시장 내 K(케이)뷰티 인기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한국콜마 미국 법인 콜마USA 제2공장 조감도. /한국콜마 제공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 미국 법인은 지난해 매출 549억원, 영업손실 13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3% 줄었고, 적자 폭은 두 배 이상 커졌다. 한국콜마 캐나다 법인도 매출 359억원으로 8.9% 감소했고, 영업손실 54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코스맥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미국 법인 '코스맥스USA' 매출은 18.2% 줄어든 1121억원에 그쳤고, 32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가 계속됐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기준 북미에서 미국 법인 2억3000만개, 캐나다 법인 1억개 등 총 3억3000만개 수준의 생산능력(CAPA)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미국 PTP와 캐나다 CSR코스메틱을 인수하며 북미 진출 기반을 마련한 한국콜마는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콧타운십에 제2공장을 준공하며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했다.

코스맥스는 미국에서 연간 3억6000만개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2013년 미국 오하이오주 솔론의 로레알 공장을 인수한 뒤 2014년 코스맥스USA를 설립했고, 2016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2017년에는 뉴저지주의 색조 화장품 제조사 누월드를 인수했으며, 2023년부터 두 회사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두 업체의 북미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배경으로는 현지 K뷰티 수요가 현지 공장 수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꼽힌다.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브랜드사들은 여전히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북미 ODM 법인의 주요 고객층은 북미·유럽·중남미 브랜드사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고객사가 북미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미국의 상호 관세 15%를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K뷰티 시장에서는 여전히 '메이드 인 코리아'를 선호하는 흐름이 강하다"며 "브랜드사 입장에서도 기존에 거래하던 국내 공장에 생산을 맡기는 편이 품질과 납기 측면에서 더 익숙하고 안정적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통상 정책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있어 현지 생산 확대가 예상만큼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맥스 미국 공장 전경. /코스맥스 제공

낮은 가동률과 맞물린 고정비 부담도 수익성 개선의 걸림돌이다. 화장품 ODM 사업은 생산 설비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뒤 수주 물량을 채워 넣어야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구조다. 그러나 두 회사의 북미 공장은 아직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설비 부담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또 북미 공장 설비 상당수는 노후화해, 자동화를 통한 비용 효율화에도 한계가 있다.

수주 확보부터 실제 매출 인식까지 시차가 긴 점도 부담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브랜드사가 제품 출시 전 테스트와 품질 검증을 여러 차례 거치는 경우가 많아,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더라도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미국 법인의 경우 신규 고객 유치 이후 실제 매출 인식까지 평균 1년 안팎이 걸린다고 본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북미 공장 신규 고객사 발굴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콜마는 단기간 내 북미 실적 반등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국콜마 북미 법인은 기존 최대 고객사의 주문 감소 영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의미한 고객사 유입은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스맥스는 서부 지역 인디 브랜드를 겨냥한 영업 확대 효과가 맞물리면서 이르면 올해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는 지난해 상반기 미국 법인에 286억원을 출자하고, 미국 인디 브랜드가 주로 위치한 서부 지역 공략을 위해 LA 영업사무소를 운영하며 신규 브랜드 유치에 힘써왔다"며 "올해는 신규 고객 유치 성과가 실적으로 가시화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