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러닝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러닝 시장을 둘러싼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나이키·아디다스 등 기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중심이던 시장에 해외 프리미엄 러닝 브랜드가 가세하며 경쟁 구도가 다층화하고 있다. 특히 수십만 원에 이르는 티셔츠, 반바지 등 고가 제품을 앞세운 브랜드가 잇따라 한국에 진출하면서 러닝 시장에서도 '럭셔리 경쟁'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국 러닝 브랜드 유브이유(UVU)는 최근 서울 성수동에 첫 국내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UVU는 런던에서 시작된 러닝웨어 브랜드로 기능성 의류와 러닝 기어를 중심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서울마라톤 대회를 계기로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서울특별시' 그래픽이 새겨진 한정판 라인업을 출시했다. 민소매 티셔츠의 가격대는 17만원, 후드티는 24만원이다.

새티스파이 홍보 영상 캡처. /새티스파이 공식 인스타그램

앞서 지난해에는 독일 베를린 기반의 러닝 브랜드 옵티미스틱 러너스(Optimistic Runners)가 서울마라톤을 기념해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를 운영했다. 2023년 처음 론칭한 비교적 신생 브랜드지만,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러너들의 주목을 받았다. 티셔츠, 타이즈 가격대는 10만원 후반대다.

국내 러닝 시장이 커지면서 희소성 있는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러닝계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프랑스 새티스파이(SATISFY)를 비롯해 소어(SOAR), 디스트릭트비전(District Vision), 세이스카이(SAYSKY)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독특한 철학, 기술력, 디자인 등을 앞세워 러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한 브랜드들이다.

새티스파이의 경우 고기능성과 디자인을 결합한 고가 제품으로 유명하다. 기본 티셔츠나 반바지 가격이 20만~50만원대, 기능성 재킷이나 베스트(조끼)는 70만~9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올해 국내 공식 진출을 앞두고 있고, 아직은 해외 직구나 일부 프리미엄 편집숍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최근 러닝이 단순한 운동이나 취미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으면서 기능성과 디자인, 브랜드 정체성을 함께 고려하는 소비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닝 크루 문화 확산과 더불어 러닝웨어를 일상복처럼 활용하는 이른바 '러닝코어' 트렌드도 지속되고 있다.

온(On) 서울 용산구 한남동 로드샵 매장 전경. /온 제공

프리미엄 러닝화 브랜드는 국내 시장에서 이미 존재감을 확보했다. 미국 데커스 아웃도어의 호카(HOKA), 스위스 스포츠 브랜드 온(ON) 등은 러너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주목을 받으면서 매장 확대와 유통 채널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온은 지난해 11월 여의도 더현대 서울과 잠실 롯데월드몰 직영 매장에 이어 지난 12일 한남동에 첫 로드숍을 열었다.

캐나다 트레일러닝 브랜드 노다(Norda)와 미국 보스턴 기반의 러닝 브랜드 트랙스미스(Tracksmith), 새티스파이 등도 프리미엄 러닝화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수십만원이 넘는 러닝화가 대부분이지만, 인기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협업) 모델 등은 중고 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하기도 한다.

기존 글로벌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들도 러닝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은 러닝을 주요 성장 카테고리로 삼고 기능성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러닝 관련 대외 행사와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확대하는 분위기다.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무신사스탠다드, 유니클로 등은 러닝 관련 제품군을 확대하며 가성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무신사스탠다드 스포츠 라인과 유니클로의 모자, 장갑, 베스트 등 제품은 러너들 사이에서 기본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업계에선 국내 러닝 인구를 약 1000만명 규모로 추산한다. 2017년 약 500만명 수준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국내 마라톤 대회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마라톤 동호회 사이트 '마라톤 온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마라톤 대회는 약 530개로, 2024년(394건)보다 136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