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케이)뷰티 산업이 호황기를 맞자, 본업이 화장품과 거리가 먼 기업들이 화장품 제조·판매를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신사업 확장 기회를 노리고 있다. ODM(제조자개발생산) 구조가 외부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춘 데다, 화장품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까지 이어지면서 비관련 기업들의 뷰티 시장 진출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 SOOP(067160)(옛 아프리카TV)은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화장품의 제조, 매매 및 관련 서비스 상품의 매매' 등 11개 사업 목적을 새롭게 추가할 예정이다. SOOP은 크리에이터와 콘텐츠, 커머스가 결합된 플랫폼 구조를 갖추고 있다. 향후 뷰티 상품 판매나 자체 브랜드 제작, 라이브커머스 사업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스판덱스 등 기능성 섬유를 생산하고 철강·석유화학 제품 무역 사업을 영위하는 효성티앤씨(298020)도 이달 19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화장품의 제조 및 판매, 유통, 도소매, 전자상거래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효성티앤씨는 다년간의 소재 수출 사업을 통해 넓은 해외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화장품 사업 확대 역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와 신규 성장 동력 확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업 다각화가 가능한 배경으로 화장품 특유의 산업 구조를 꼽는다. 생산 설비와 원료 인프라를 직접 확보하지 않아도, ODM 업체들과 협업하면 상품 기획과 브랜딩만으로도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는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대형 ODM을 비롯해 우수한 제조 파트너가 자리 잡고 있어, 브랜드사가 연구·개발과 생산을 외부에 맡기고 판매와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구조가 보편화돼 있다. 한 ODM 업체 관계자는 "최근 ODM은 단순 제조를 넘어 기획 파트너에 가깝다"며 "시장 트렌드에 맞춘 제품 콘셉트와 제형, 패키지 방향까지 선제적으로 제안하기 때문에 화장품 관련 경력이 없는 기업도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화장품과 거리가 있던 플랫폼 기업들도 뷰티 시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패션 전문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 2021년 뷰티 전문관 '무신사 뷰티'를 통해 관련 시장에 진입했고, 현재 2000여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또 무신사는 2023년 PB(자체 브랜드)인 '오드타입'을 출시한 데 이어 위찌,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 노더럽 등을 차례로 출시하며 브랜드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무신사 PB 4종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0% 증가했다. 무신사 뷰티는 올해 2분기 서울 성수동에 첫 오프라인 상설 매장을 열고, 해외 온·오프라인 채널로 판로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컬리 역시 2022년 '뷰티컬리'를 론칭하며 뷰티 버티컬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리티, 로브린, 미로엘, 루리온, 루덱사, 듀에라 등 6개 상표명을 출원하며 뷰티 PB 제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컬리는 뷰티 카테고리 매출 비율이 전체의 10%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K뷰티 산업의 성장세가 이어질수록 비관련 기업들이 화장품 시장에 진입하려는 시도도 잦아질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ODM을 기반으로 비교적 가볍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데다, 최근에는 해외 수요까지 빠르게 늘고 있어 비관련 기업들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기존 업체들이 화장품 영역 밖으로 보폭을 넓히려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에이피알(278470)은 오는 31일 주총을 통해 의료용구 및 의료기기 소모품 개발,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홈뷰티 디바이스를 넘어 병원·에스테틱용 미용 의료기기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에이피알은 현재 에너지 기반 미용기기(EBD) 출시를 위한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 관련 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뷰티 산업의 미래 먹거리는 노화를 극복하는 것"이라며 "의료기기 사업이 기존 화장품, 디바이스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