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에이피알(278470)이 전통 강자 아모레퍼시픽(090430)을 제치고 북미 지역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케이(K)뷰티 업체로 올라섰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매출 2조1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한 에이피알이 북미에서만 1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픽=정서희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지난해 4분기 북미 지역에서 전년 동기 대비 269.7% 늘어난 25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매출은 8.5% 증가한 1826억원으로 집계됐다.

에이피알이 북미에서 아모레퍼시픽보다 더 많은 분기 매출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연간 1조527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 중 북미 지역이 차지한 비율은 37%에 달했다. 2024년(22%)과 비교해 15%p(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작년 4분기 북미 지역에서 온·오프라인 전 채널 호조로 분기 매출 세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며 "올해도 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확장 전략을 지속하며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에이피알이 북미에서 가파른 성장을 기록한 배경으로는 온라인 중심 침투 전략이 꼽힌다.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는 2014년 첫 브랜드 에이프릴스킨 론칭 당시부터 전통적인 유통 방식을 벗어나 자사몰을 통해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방식을 도입했다. 이와 함께 젊은 세대에 친숙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에이피알은 2019년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자사몰을 통해 주력 브랜드인 메디큐브와 에이프릴스킨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를 적극 사용하며 현지 인지도를 쌓는 데 집중해 왔다.

이후 에이피알은 미국 내 최대 이커머스 아마존 등에 입점하며 매출을 급격히 늘렸다. 2024년부터는 대표 제품 '메디큐브 제로모공패드'가 아마존 내 화장품 카테고리 분야에서 1위를 꾸준히 차지하는 등 성과를 냈다.

북미 온라인 시장에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에이피알은 오프라인 진출도 단계적으로 실행 중이다. 지난해 4월 미국 최대 뷰티 유통 체인 울타뷰티(Ulta Beauty)와 제품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메디큐브 스킨케어 제품과 에이지알(AGE-R) 뷰티 디바이스 판매를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울타뷰티는 미국 전역에 15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울타뷰티 오프라인 매장에 제품 수십 종을 처음부터 쏟아내기보다는, 15개 핵심 제품군을 위주로 납품하며 초기 성과를 극대화했다. 지난해 4분기 에이피알의 울타뷰티를 통한 매출액은 약 160억원으로 집계됐고, 올해는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대형 뷰티 전문 편집숍 울타 뷰티(ULTA Beauty)에 입점한 에이피알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피알 제공

에이피알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울타 측과의 협업이 긍정적으로 전개되면서, 에이피알 제품 진열대는 동급 브랜드 대비 규모는 작지만 점차 진열 위치와 면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조만간 오프라인 유통 제품군도 2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이피알은 올해 상반기 말 울타뷰티와 독점 공급 계약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발맞춰 미국 내 다른 오프라인 채널 입점도 준비하고 있다. 월마트·타깃·노드스트롬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에이피알은 올해 매출 목표로 지난해보다 약 37% 늘어난 2조1000억원을 제시했다. 증권가에서는 에이피알이 북미에서만 1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메디큐브는 현재 폭발적인 성장세로 글로벌 재고 부족 문제가 발생 중이며, 이에 협력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의 생산 능력(CAPA) 증설도 진행 중"이라며 "향후 공급망 정상화로 미국 오프라인 추가 입점 및 유럽 등 신규 지역 진출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