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090430)이 글로벌 사업 재편에 힘입어 지난해 3년 만에 매출 '4조 클럽'에 재입성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모레퍼시픽은 과거 매년 꾸준히 4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지만, 높은 중국 의존도 탓에 2023~2024년 2년 연속 매출이 3조원대로 주저앉은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몇 년간 수익성을 중점으로 중국 사업을 구조조정했다. 동시에 해외 사업 중심축을 미주 지역으로 옮기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이 같은 전략이 실적 반등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실적 추정치는 매출 4조2368억원, 영업이익 377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9%, 영업이익은 71.4% 늘어나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4조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것은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아모레퍼시픽 실적이 정점을 찍었던 시기는 2019년으로, 당시 매출액은 5조5801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020~2021년 매출은 4조원대로 내려앉았고, 2023~2024년 3조원대까지 감소했다. 해외 매출 대부분을 책임졌던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장기화한 탓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9년 해외 시장에서만 2조7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만 1조96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해외 매출액은 2020년 1조7453억원, 2021년 1조8023억원 등으로 줄었다.
팬데믹 기간 중국이 자국 뷰티 산업을 강화하는 흐름으로 돌아선 점도 부담이 됐다. 엔데믹 이후에도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액은 2022년 1조4935억원, 2023년 1조3918억원 등 감소세가 이어졌다.
불리한 업황을 마주한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사업의 중심축을 중국에서 미주로 전환하는 강도 높은 포트폴리오 개편을 추진했다. 회사는 지난 2021년 1800억원을 투자해 북미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의 지분 38.4%를 확보했다. 이어 2023년 잔여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해 약 7500억원을 추가 투자, 코스알엑스 지분율을 93.2%까지 끌어올렸다.
주력 브랜드의 유통 채널도 넓혔다.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주력 브랜드를 미국 아마존과 세포라 등에 입점시키며 온·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했다. 에스트라, 한율 등 차세대 브랜드 역시 속속 미주 시장에 합류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이와 동시에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사업을 축소하면서 수익성에 방점을 두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구조를 온라인과 면세, 왕홍(인플루언서), 라이브커머스 채널 중심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2024년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은 1조6789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하며 반등했다. 이 중 미주 지역 매출은 전년 대비 83% 급등한 5246억원을 기록했고, 중화권 매출액(5100억원)을 뛰어넘으며 확실한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법인의 경우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수익성을 개선해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2월 중국 내 설화수 매장 180여 곳 중 저수익·비효율 매장 30여곳을 구조조정하며 수익 구조 추가 개선에도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3분기까지 해외에서 총 1조353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4분기 실적을 합산하면 1조8000억~1조9000억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19년 이후 최대 해외 매출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현재 40%대인 해외 매출 비중을 오는 2035년 7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사업 구조를 안정화하는 동시에 완만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인디 브랜드와 달리 다각화된 브랜드 포트폴리오, 대형 오프라인 채널 중심의 글로벌 인프라 등을 갖춘 것이 아모레퍼시픽의 강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