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홍대에 위치한 무신사 킥스(MUSINSA KICKS). 매장 안팎에는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번호표를 들고 길게 줄을 늘어섰다. 일부 방문객은 본인 차례가 왔을 때 원하는 색상이나 사이즈가 품절될 경우를 대비해 핸드폰 메모장에 여러 가지 대안을 미리 적어두기도 했다.

이날 문을 연 무신사 킥스는 오픈을 기념해 한정판 스니커즈 발매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무신사 온라인 스토어에서 출시 10분 만에 완판된 '언어펙티드 x 아식스 젤-님버스 10.1' 모델이었다. 현장에 있는 무신사 직원은 11시 25분쯤 "준비된 수량이 모두 소진됐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10일에는 반스 한정판 모델 'LX 올드스쿨 36-수베니아 웜 브라운' 발매가 예고된 상태였다.

9일 서울 마포구 홍대 무신사 킥스 매장에 진열된 나이키 슈즈월. /권유정 기자

한정판 스니커즈는 무신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무신사는 2001년 온라인 신발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으로 출발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조만호 대표는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신상·한정판 스니커즈 사진을 모아 공유하고 교환하던 '스니커즈 덕후(마니아)'였다.

매장명에 쓰인 '킥스(KICKS)' 역시 조 대표를 비롯한 스니커즈 마니아들이 신발을 지칭하는 용어다. 단순 신발 편집숍을 넘어 스니커즈 문화를 경험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한정판이나 상징성 있는 모델을 수집하고, 거래하는 문화다.

9일 서울 마포구 홍대에 위치한 무신사 킥스 매장. /권유정 기자

그중에서도 조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스니커즈 브랜드는 나이키다. 그가 직접 수집한 한정판 나이키 에어포스 1을 중고로 판매해 무신사닷컴의 초기 서버 운영 자금으로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 대표는 2024년 무신사의 나이키 공식 입점을 발표하며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직접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조 대표의 나이키에 대한 애정은 매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1층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정면에는 나이키 로고와 함께 스니커즈가 박물관 전시품처럼 조명을 받고 있었다. 벽면은 수십 켤레의 신발로 채운 '슈즈월' 형태로 조성됐다. 나이키 외에는 아디다스, 호카의 스니커즈와 러닝화 모델이 주로 진열됐다.

9일 서울 마포구 홍대 무신사 킥스 매장 2층. /권유정 기자

2층은 아웃도어와 고프코어(Gorpcore) 제품을 엄선한 '넥스트 아웃도어'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고프코어는 아웃도어 신발, 의류 등 아이템을 일상복으로 자연스럽게 추구하는 스타일을 말한다. 신발과 매치하기 좋은 가방과 모자를 한데 모은 '백 앤 캡 클럽'이라는 공간도 조성됐다.

3층에는 로퍼와 부츠 등 레더 슈즈와 무신사가 주목하는 신생 브랜드의 인기 신발이 진열돼 있다. 다른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과 마찬가지로 브랜드 로고나 제품에는 큐알(QR) 코드가 부착됐다. 큐알로 접속하면 회원 혜택가, 매장 내 재고 현황, 후기 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무신사는 올해 상반기 중 서울 성수, 강남 등 주요 상권에 무신사 킥스 매장을 추가로 출점한다는 계획이다. 최대 경쟁자는 국내 신발 편집숍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기업 ABC마트다. ABC마트는 매출·점포 수 1위를 공고히 하는 반면, 미국 풋락커, JD스포츠 등은 국내 사업을 철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