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다시 인기를 끄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마리떼프랑소와저버'(이하 마리떼)를 둘러싼 국내 상표권 분쟁이 일단락됐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이 작년 7월 상표권 침해 금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공식 라이선스 보유업체가 분명해졌지만, 시중에는 다른 업체의 상표가 붙은 제품이 계속 유통되는 탓이다.

7일 오후 서울 성수동에서 운영 중인 마리떼프랑소와저버 할인 매장. 브랜드 공식 라이선스 보유업체 레이어가 아닌 업체의 제품이 판매 중이다. /권유정 기자

9월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리떼는 마뗑킴, 마르디메크르디와 함께 최근 인기가 많은 소위 '3마' 패션 업체로 불린다. 마리떼는 1990년대에 유행하던 브랜드로 몇 년 전부터 MZ세대(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성기에는 데님 위주 유니섹스 브랜드였지만, 여성복에 중점을 맞춰 리브랜딩 됐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성수동 곳곳에선 마리떼 정식 매장 외에 할인 매장들이 운영되고 있었다. 얼핏 봐도 브랜드 정식 매장과는 다른 임시 매장 형태다. 건물 외벽에는 간판 대신 브랜드 로고와 함께 '전 품목 50% 할인'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펄럭였다. 유리창에는 중국어, 일본어로 된 할인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 중 한 곳은 마리떼 정식 매장이 있는 연무장길에서 운영 중이다.

이날 매장에는 티셔츠, 맨투맨, 후드티, 모자 등이 사이즈, 색상별로 매대와 옷걸이에 진열돼 있었다. 정가의 절반 수준에 판매되는 덕인지 제품을 둘러보는 방문객이 적지 않았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매장을 찾았다.

겉보기에 디자인이나 품질에서 큰 문제를 찾기 어려웠지만, 제품 라벨(택)을 보면 제조사가 '㈜클레비'(CLEVI CO., Ltd)로 표기돼 있었다. 클레비는 현재 마리떼 공식 라이선스를 보유한 패션 회사 레이어와 상표권 분쟁을 벌인 업체다. 레이어는 클레비가 판매하는 제품을 가품(위조·모조품)으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을 해왔다.

이번 분쟁은 레이어가 2019년부터 프랑스 브랜드 마리떼의 국내 독점 라이선스를 보유한 상황에서, 2023년 마리떼가 클레비와 추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촉발됐다. 사실상 동일 시장을 대상으로 한 이중 계약이 성립된 셈이다. 레이어는 브랜드 본사로부터, 클레비는 브랜드 지분을 보유한 별도 법인으로부터 각각 라이선스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어는 마리떼 본사 및 창업자 측과 장기 파트너십을 논의하던 상황이라, 클레비 측의 독점 라이선스 주장에 즉각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클레비 제품의 국내 유통이 지속되자 지난해 3월 상표권 침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같은 해 7월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현재 국내에서 마리떼 상표권은 레이어만 갖는 상황이다. 재고 소진 목적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더라도, 레이어 외 업체가 마리떼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건 불법이다. 클레비 역시 라이선스 계약을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긴 했지만, 해당 제품이 법적으로는 가품인 것이다.

레이어 측은 QR 코드 부착 등 가품 주의 공지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 문의는 지속되는 상황이다. 할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 레이어 측 확인을 거쳐 구매처에 환불을 요청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레이어 측은 "가품으로 의심되는 제품 발견 시 즉시 당사 고객센터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