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스포츠 의류 기업 안타스포츠와 손잡고 현지에 진출한 패션 회사들의 말 못 할 고민이 늘고 있다. 대형 유통·영업망을 보유한 안타와 협업은 최근 중국 시장을 뚫는 '성공 방정식'으로 통하지만, 그만큼 안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갑을 관계가 고착화된 탓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신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경제 사절단으로 동행했다. 무신사는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대표적인 국내 패션 회사다. 상장을 앞두고 외형 성장을 위해서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 사업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무신사는 지난해 8월 안타와 합작법인(JV) '무신사 차이나'를 세우면서 중국에 진출했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 해외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고, 올해 상하이 대표적인 번화가인 난징둥루를 포함해 쉬자후이, 항저우 등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 수를 확대할 방침이다.
무신사 차이나의 지분 구조는 6대 4다. 지분율로는 무신사가 우위에 있지만 실제 의사 결정 과정에선 안타가 주도권을 쥐었다는 평가다. 안타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일본 유니클로에 대항할 궈차오(애국 소비) SPA(제조·유통 일원화 의류)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와 협업 덕에 중국 진출 속도는 빨라졌지만, 정부 인허가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리스크 부담은 무신사가 온전히 떠안는 구조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 중순 상하이 매장 소개 행사 관련 사안에서도 안타 측은 별다른 협조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등 안타와 손잡고 중국에 진출한 다른 패션 회사들도 비슷한 고충을 겪는 분위기다. 제품 자체에 뚜렷한 문제가 없는 데도 검수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보완 요구를 받거나, 통상적이지 않은 기준을 뒤늦게 적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안타 측이 계약상 명시되지 않은 조건을 뒤늦게 제시하는 과정에서 제품 출시 등 물류 일정을 조정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대량으로 생산된 물량을 대상으로 안타가 요구하는 추가 테스트나 절차를 거치면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거래 과정에서 불합리한 일이 생기더라도 (안타 수준의) 납품 물량을 받아줄 곳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 입장에선 낯선 중국 시장에서 협상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코오롱FnC는 2017년 안타와 5대5 지분율로 합작사 코오롱스포츠차이나를 설립해 중국에 진출했다. 리테일(소비자 가격 기준) 매출은 2022년 2600억원, 2023년 4000억원, 2024년 75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작년 매출액은 1조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타스포츠는 중국 시장에서 나이키, 아디다스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스포츠 의류 기업이다. 지난 2019년 아크테릭스, 살로몬, 윌슨, 아토믹, 순토 등을 보유한 핀란드 아머스포츠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