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구원 출신이 만든 첨단소재 필터 전문기업 씨앤투스(352700)가 워크웨어(Workwear·작업복)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산업용 마스크를 중심으로 B2B(기업 간 거래) 경쟁력을 쌓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워크웨어 시장이 지닌 잠재력을 주목했다.

씨앤투스는 최근 워크웨어 브랜드 '아에르웍스'를 출범하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먼저 한국보다 워크웨어 시장이 발달한 일본을 대표하는 5대 브랜드를 수입·판매하는 역할을 하며 국내에 없던 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직영점을 최대 15개까지 늘리고, 가맹이나 PB(자체 브랜드) 사업도 순차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몇 년 새 국내 워크웨어 시장은 패션 대기업, 아웃도어 브랜드는 물론 철강사까지 진출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대한제강(084010)이 2022년 출시한 브랜드 '아커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워크웨어 전문 유통회사도 등장했다. 트레이딩포스트는 지난해 2월 워크업이라는 아울렛 영업을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파트너스는 올해 글로벌 워크웨어 시장 규모가 177억5000만달러(약 26조원)로, 2031년에는 278억7000만달러(약 4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과 보폭을 맞추고 있는 국내 워크웨어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춘욱 씨앤투스 대표이사가 지난달 27일 경기 군포시 AK플라자 금정점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선비즈

하춘욱 씨앤투스 대표는 지난달 27일 경기 군포시 AK플라자 금정점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내 제조업 현장의 작업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여전히 작업복 하면 브랜드나 품질 상관 없이 그저 블루칼라(blue-collar·육체노동자)가 입는 옷 정도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제조업 수준이 고도화되면서, 블루칼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작업 환경도 계속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저가 중심의 작업복도 달라져야 한다"며 "기능·효율·안전성은 물론 일상복으로서 스타일을 갖춘 제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에르웍스가 손잡은 일본은 오랜 제조업 기반, 소재 기술력, 특유의 유니폼 문화, 패션 스타일이 맞물리며 워크웨어 시장이 크게 발달했다. 한국보다 워크웨어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크기 때문에 가격부터 기능, 디자인 측면에서 국내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게 하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향후 기후변화, 인공지능(AI) 도입이 워크웨어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더워지는 날씨가 야외 작업 환경을 어렵게 만들면서 일본처럼 냉감 기능의 작업복 착용이 의무화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로봇이 함께 일하는 공장 등에서는 작업복의 안전 기준이 강화되고, 인터페이스(정보를 주고받는 접점) 역할까지 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동차 회사 연구원 출신이라는 이력이 독특하다. 어쩌다 필터 회사를 차리게 됐나.

"현대차 생산기술연구소에 있다가 나와 자동차 공장을 지어주는 엔지니어링 회사를 차렸다. 당시 국내에 턴키(설계·시공 일괄)로 하는 업체는 처음이었고, 이후에도 몇 군데 없었다. 일단 초기에는 턴키로 하다 보니 수익성이 좋았는데, 대외 환경 변화로 수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인수해 놨던 필터 사업 중심으로 업종 전환을 하게 됐다."

―워크웨어 시장에 진출한 배경은.

"보건용을 넘어 산업용 마스크 사업을 하면서 많은 B2B(기업 간 거래) 고객을 확보하게 됐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네트워크인데, 거래 품목이 마스크로 한정되다 보니 매출을 일으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사업 다각화가 불가피했고 그 과정에서 조용히 성장하는 워크웨어 시장을 주목하게 됐다."

―어떤 잠재력이 있다고 본 건지.

"한국은 여전히 작업복 하면 브랜드나 품질 상관 없이 그저 블루칼라(blue-collar·육체노동자)가 입는 옷 정도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저가 내지 중국산이 많다. 하지만 제조업 수준이 올라오면서 많은 스페셜리스트(전문가)가 생겨났고, 현장에서 일하는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는데 작업복은 아직 변화를 따라오지 못했다."

―과거 자동차 업계에 근무하던 시절 작업복과 지금의 워크웨어를 보면 차이가 많이 느껴지는지.

"사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내 현장에서 입는 작업복들은 큰 차이가 없다. 아주 특수한 분야가 아닌 이상 가격 부담 때문에 평범한 소재로 된 작업복을 입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제조업 수준이 고도화되면서, 블루칼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작업 환경이나 업무 특성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작업복도 기능과 효율, 안전이 강화돼야 한다. 오염이 덜 된다거나, 탈취, 절연, 베임 방지 효과 등이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일상복으로서 스타일도 갖춰야 한다."

―앞으로 국내 워크웨어 시장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기후변화가 제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 날씨가 더워지거나 추워지면서 야외 작업자를 위한 작업복 변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선업은 야외 도크 등에서 주로 일하는 업무 환경 특성상 더운 지역에서는 발달할 수가 없다. 글로벌에서는 그 마지노선을 우리나라 거제도 정도로 보는데 기후가 바뀌고 날이 더워지면서 작업이 쉽지 않아졌다. 이미 일본에선 올해 6월부터 법이 바뀌면서 야외 작업자 대상으로 냉감 조끼 착용을 권고하고, 의무화하는 추세다. 한국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이다.

또 다른 하나가 인공지능(AI) 도입이다. 이미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도입한 공장도 많고, 사람과 로봇이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형태가 흔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작업복에 요구되는 안전 기준이 강화되고, 인터페이스(정보를 주고받는 접점)로서 역할이 부각될 수 있다."

지난달 27일 경기 군포시 AK플라자 금정점에서 열린 아에르웍스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 /아에르웍스 제공

―일본 워크웨어 브랜드를 들여오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있나.

"글로벌 워크웨어 시장에서 상당히 앞서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제조업이 강한 나라가 몇 안 된다. 동아시아권으로 좁혀 보면 한국, 중국이 바짝 쫓고 있고 일본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일본은 면이 발달한 히로시마현 등을 중심으로 유니폼 산업이 성장해 왔는데 그게 다양한 고분자, 기초화학 등 소재 개발 역량과 맞물리며 워크웨어 시장 규모가 커졌다. 아무래도 시간과 경험이 축적되다 보니 제품이 다양할 뿐 아니라 기능, 디자인, 품질,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각 브랜드별 특징을 꼽는다면.

"일본의 5대 브랜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버틀과 나머지로 나눌 수 있다. 버틀은 일본 내에서도 대중성이 있는 디자인, 가격을 제시하는 브랜드다. 나머지는 전문적인 마니아층 고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한 6대 브랜드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일본에는 워크웨어 중에서도 특수 벨트만 별도로 만드는 브랜드도 있다."

―국내 워크웨어 기업과 어떻게 경쟁할 계획인가.

"기본적으로 전략이 다르다. 국내 어패럴 기업들은 그동안의 유통망, 자본력을 토대로 만든 좋은 제품을 내놓을 것이다. 아에르웍스는 한국과 다른 일본 제조업 기반에서 만든 워크웨어를 통해 국내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디자인, 기능, 가격적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가격은 결국 양의 싸움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크고, 오랜 기간 축적된 소재 등 파트너들이 있어 가격적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구체적인 제품 포지셔닝 방향이 있는지.

"크게 두 가지다. 기본적으로 첫 번째는 '일상 속에서 입는 작업복'이다. 사실 워크웨어는 굉장히 고기능이고, 착용감도 뛰어나다. 마치 룰루레몬이 요가복으로 만들었지만, 일상에서도 편하게 입는 옷으로 자리잡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워크웨어가 작업복 이상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두 번째가 앞서 이야기한 고도화되고 전문적인 산업 분야에 필요한 특수 작업복이다. 아직은 국내외 모두 시장 초기 단계이고, 많은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수입 판매만 한다. 향후 계획은.

"우선은 해외에서 인정받은 완제품을 들여와서 국내 워크웨어 시장 경쟁을 활성화시키고, 시장 규모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어패럴 분야에서 역량 있는 기업들이 하나둘 워크웨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훌륭한 경쟁자가 많을수록 시장은 성장하게 된다. 대략적인 시기를 보면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 직영점 형태로 매장을 10~15개까지 내고, 가맹사업 등 사업 추가 확장을 고려할 계획이다."

―자체 브랜드(PB) 상품 출시도 고려하나.

"아무래도 직접 만드는 게 가격을 더 유리하게 가져가는 방법이기 때문에,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PB도 검토할 것이다. 기존에 협력하던 제조업체와 손잡거나,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할 수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 훌륭한 국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ODM(제조업자개발생산) 기업들이 워낙 많다. 국내외에 자체 공장도 이미 운영하고 있지만 품목이 달라 사업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활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