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올리브영N 성수'. 오전 10시에 맞춰 매장 문이 열리자,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섰던 100명이 넘는 고객이 차례로 입장을 시작했다. 대부분은 외국인 관광객이었고 인종과 연령, 성별이 다양했다.
매장에 들어선 이들은 3층을 향해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AI(인공지능)에 기반해 피부와 두피를 진단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스킨 스캔' 서비스의 사전 예약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현장 관계자는 "하루 평균 30~40명에게 선착순 방식으로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아침 8시 30분부터 줄을 서는 외국인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2일 문을 연 올리브영N 성수는 올리브영이 내세운 첫 혁신형 매장이다. 1999년 강남 신사동에 1호점을 열며 사업을 시작한 올리브영이 25년간 쌓은 노하우를 집약해 만들어졌다. 규모는 5개 층 4628㎡(1400평)에 달해 전국 올리브영 매장 중 가장 크다. 1∼3층은 전시·판매 공간, 4층은 고객 라운지와 입점 브랜드사들이 활용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5층은 임직원 사무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날 올리브영N 성수 1층은 개점 1주년을 맞아 '돌잔치'를 콘셉트로 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전통 매듭짓기, 방명록 스탬프 등 체험 콘텐츠가 비치됐고, 올리브영N 성수 내 각종 전문관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들도 소개됐다. 매장 중앙부에 비치된 포토존에서 '인증 샷'을 찍는 손님들의 모습도 보였다.
올리브영N 성수는 1년간 누적 방문객 250만명을 돌파하며 하루 평균 7000여 명이 찾는 관광 명소로 부상했다. 기존 패션 브랜드가 중심이던 성수동 인근 지역에 '뷰티'라는 새로운 상권과 콘텐츠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리브영이 내·외부 데이터를 종합해 최근 발표한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성수 지역 유동 인구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000만명(약 7.4%) 증가했다. 이 기간 성수 지역 카드 결제 건수는 7706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늘었는데, 외국인 카드 결제 건수만 79% 증가하며 상권 성장을 견인했다. 올리브영N 성수는 일대 단일 매장 가운데 외국인 결제 건수가 가장 많은 곳으로 집계됐다.
올리브영N 성수가 문을 연 이후, 성수동 일대 팝업 콘텐츠의 중심축도 뷰티로 이동했다. 팝업스토어 전문 기업 스위트스팟에 따르면 올리브영N 성수 오픈 이후 성수 일대에서 열리는 뷰티 팝업은 월평균 14개로 지난해(8개) 대비 75% 늘었다.
올리브영N 성수는 특히 체험형 요소를 앞세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 동안 성수 연무장길 일대를 방문한 외국인 4명 중 3명이 올리브영N 성수를 방문했다.
올리브영N 성수에서는 피부·두피 컨설팅, 퍼스널 컬러 진단 등 6가지 전문 뷰티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진단 기기를 활용하고, 뷰티 컨설턴트와 소통하는 등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요소를 적용했다.
올리브영N 성수의 뷰티 케어 서비스 이용 고객은 누적 3만명을 넘어섰는데, 이 중 절반 이상(54%)이 외국인이었다. 특히 피부 진단 컨설팅의 외국인 비율은 87%에 달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SNS 등을 통해 각종 체험 서비스가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외국인 방문객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리브영은 올리브영N 성수를 통해 매 시즌 새로운 트렌드를 선보이고, 국내외 고객의 검증을 받는다. 올리브영이 이 매장에 도입한 신규 브랜드는 150개가 넘는데, 판매량 등에서 성과를 내면 전국 1400여 매장으로 입점을 확대한다. 최근에는 외적 아름다움을 넘어 내적 건강함을 추구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웰니스(Wellness) 전문관을 선보이며 K뷰티의 진화 방향을 제안하기도 했다.
올리브영N 성수의 성공적인 안착에 힘입어 CJ올리브영의 실적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올해 3분기 매출 1조5570억원, 순이익 15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2% 늘어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순이익도 31.8% 증가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4조2531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4조7900억원)의 89% 수준을 기록했다.
유영환 올리브영 데이터인텔리전스팀 팀장은 "오늘의 성수를 K뷰티의 글로벌 중심지로 만들겠다"며 "그 변화의 중심에는 올리브영N 성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