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케이(K)뷰티 열풍에 힘입어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들의 일감이 늘면서, 과거 코스맥스(192820)·한국콜마(161890) 등 상위 2개사에 집중됐던 수주가 하위 업체로 분산되는 '낙수 효과'가 뚜렷해지고 있다. ODM 업계 3위(매출 기준) 코스메카코리아(241710)와 4위 씨앤씨인터내셔널(352480)은 올해 초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최근 부쩍 늘어난 수주에 힘입어 본격적인 실적 개선 흐름에 올라탔다.

10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코스메카코리아는 올해 3분기 매출 1824억원, 영업이익 2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4%, 영업이익은 78.8% 늘어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충청북도 음성군에 있는 코스메카코리아 본사 전경. /코스메카코리아 제공

앞서 코스메카코리아는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5.75%, 10.49%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핵심 고객사 주문이 작년 상반기 집중됐고, 하반기에는 주춤한 영향이다.

올해는 국내외 수주가 늘어나 2분기부터 매출과 수익성 모두 성장 궤도에 올랐다. 코스메카코리아는 브랜드 '아누아(ANUA)'와 '메디큐브(MEDICUBE)', 조선미녀 등을 대표 고객사로 두고 있다.

코스메카코리아 한국 법인은 올 3분기 기초 화장품 분야에서 전년 동기 대비 55.6%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색조 화장품과 선케어 분야 매출도 각각 28.3%, 99% 늘었다. 미국 법인 잉글우드랩 역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3% 늘어난 618억원을 기록했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메카코리아는 국내 인디 브랜드 중 북미를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곳들로부터 수주가 증가하며, 해당 브랜드들의 성장세에 준하는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ODM 4위 업체 씨앤씨인터내셔널도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씨앤씨인터내셔널은 3분기 매출 769억원, 영업이익 9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36.1% 늘어나는 것이다.

앞서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3%, 34.6% 줄어든 매출 1399억원, 영업이익 142억원을 기록하며 역성장했다. 지난해 국내 주요 고객사의 제품 발주가 줄어든 탓이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올해 북미 지역의 색조 전문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일감을 다시 쌓고 있다. 지난해 30~40%에 머물렀던 해외 수주 비율은 최근 절반 이상으로 늘었다. 이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직 색조 분야에서는 국내 인디 브랜드의 서구권 수출이 크게 성공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서구권 브랜드들에 직접 색조 제품을 납품하는 씨앤씨인터내셔널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씨앤씨인터내셔널의 R&I(연구혁신) 센터 전경. /씨앤씨인터내셔널 제공

이들 중소 ODM 업체는 늘어나는 수주에 발맞춰 생산 능력(CAPA)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지난 5월 청주 신공장 가동에 돌입하며 연간 6600만개의 CAPA를 추가했다. 15개 생산 라인 중 4개를 하이드로겔 마스크 전용 라인으로 배치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스크팩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청주에 색조·스킨케어 복합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 청주 신공장 부지는 1만9361평 규모로, 기존 국내 화성·용인 공장 부지를 합친 것보다 6배 이상 크다. 회사는 2027년 3월 신공장이 준공되면 연간 총 CAPA가 현재보다 10억개 늘어난 14억5000만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본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존 인디 브랜드들이 급성장해 대표 상품을 리뉴얼(새단장)하고 신제품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제품 발주를 여러 업체에 분산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신규 뷰티 브랜드 역시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중소 ODM을 찾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중소 ODM 업체들이 속도와 가격을 앞세워 수주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