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패션·뷰티 브랜드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했다. 과거 한복과 원단, 먹을거리로 상징되던 전통시장이 이제는 마뗑킴·마리떼프랑소와저버·코닥어패럴·세터 등 케이(K)패션 브랜드의 매장으로 채워지고 있다.

마뗑킴은 지난달1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광장마켓점'을 열었다./뉴스1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광장시장 내에 패션·뷰티 매장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도심형 뷰티 아울렛 오프뷰티가 60평 규모로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7월 말에는 코닥어패럴이, 지난달에는 대명화학 계열 5개 브랜드(마뗑킴·마리떼프랑소와저버·세터·프룻오브더룸·키르시)가 동시에 매장을 열었다.

광장시장에 패션 브랜드가 처음 들어온 것은 2015년 로우로우였다. 이후 노스페이스마켓, 플리츠마마 등이 들어섰다. 올해 들어서는 인기 K패션 브랜드가 잇따라 매장 문을 열고 있다. 한복·원단·먹을거리로 대표되던 전통시장이 이제는 패션·뷰티 브랜드의 새로운 거점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K패션 브랜드들이 광장시장으로 모이는 배경에는 '핫플(명소)' 성수동 등에 비해 낮은 임차료 및 꾸준한 관광객 유입이 있다. 성수동·연남동 등 주요 상권은 임차료 급등으로 신규 진입이 어려워졌다. 광장시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차료로 꾸준한 유동 인구를 확보할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광장시장 상권의 1층 기준 월세는 1평당 17만~18만원 수준으로, 30평 매장은 월 500만원대 초반이다. 하루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대관료가 1000만원을 넘나드는 성수동에 비하면 저렴하다. 백화점·쇼핑몰의 경우 입점 수수료율이 매출의 20~30% 수준이다.

이미 먹을거리로 유명한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도 꾸준하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광장시장 전체 결제 매출에서 외국인 추정 비중은 대만 40.9%, 일본 14%, 중국 7.1%, 미국 6.1%, 홍콩 4.6%다. 절반 이상이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셈이다.

광장시장은 또 브랜드들이 한국적 미학을 시각화할 수 있는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1905년 개장한 이 상설 시장은 낡은 골목과 청계천 풍경, 근대 건축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K패션 브랜드들은 이 같은 한국적인 콘셉트를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브랜드들은 한글·한지·전통 소재를 활용한 한정판 컬렉션이나 단독 콘셉트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전통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다. 마뗑킴은 한글 그래픽 라인을 광장시장 매장에서만 선보였고, 세터는 한옥 질감을 살린 인테리어로 매장 공간 자체를 브랜딩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광장시장은 낮은 임차료와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보장된다. 여기에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감까지 삼박자를 이룬다"며 "성수가 '힙함'으로 주목받았다면, 광장시장은 K로컬이라는 차별화된 정체성으로 제2의 성수가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