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작업복(워크웨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단순한 작업복을 넘어, 패션성과 기능성을 겸비한 워크웨어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다.
3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카이퀘스트에 따르면 국내 워크웨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과거에는 현장에서 소모품처럼 쓰이던 기능성 의류였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산업안전 규제 강화,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확산된 비즈니스 캐주얼 트렌드가 맞물리며 시장이 확대됐다.
업계는 MZ세대(1980~2000년대생)의 현장직 유입이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고 본다. 젊은 근로자들이 직업에 자긍심을 갖고 개성 있는 작업복을 선택하면서, 워크웨어는 세대와 직군을 넘어선 보편적 패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추세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워크웨어 시장 규모가 177억5000만달러(약 24조원)로, 2031년까지 278억7000만달러(약 4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6~7%의 성장세다.
국내 패션 대기업과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 주자인 케이투세이프티는 1994년 안전화 사업으로 출발해 냉감·난연 소재 의류로 제품군을 확장했고, 지난해 매출 1456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평균 약 13%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23년에는 '아이더세이프티'를 출시해 젊은 현장직을 공략 중이다.
코오롱FnC의 '볼디스트'는 2020년 론칭 이후 불연성 소재 '헤라크론', 고강도 원단 '코듀라' 등을 적용하며 매년 2배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일부 상품 재구매율은 49%에 달한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원, 2030년에는 1500억원 규모로 우주항공·군수 분야까지 확대를 노린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블랙야크워크웨어'와 메카닉 의류 '웍스원'을 운영하며 전국 90여개 멀티숍을 통해 B2B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했다. 형지엘리트의 '윌비워크웨어'는 무신사·크림·롯데온 등 온라인 플랫폼 입점을 통해 MZ세대와 일반 소비자까지 공략하고 있다.
신생 브랜드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철강사 대한제강이 2022년 선보인 '아커드'는 업종·작업환경별 맞춤 제작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워크웨어 전문 유통도 등장했다. 트레이딩포스트의 '워크업'은 지난해 2월 영업을 시작한 아울렛으로, 일본 워크맨을 벤치마킹해 합리적 가격대의 제품을 제안한다. 최종 목표는 전국 500개 매장·1조원 매출이다.
올해 6월 출시된 씨앤투스의 '아에르웍스'는 일본 대표 워크웨어 브랜드 국내 총판을 맡아 부산 1호점 오픈 후 3주 만에 완판됐다. 2027년까지 매출 500억원을 목표로 한다. 커버써먼의 테크 브랜드 '키크'는 자체 섬유기술 '에어테크'를 적용한 경량 유니폼으로 우아한청년들(배달의민족) 라이더 유니폼과 SK증권 등에 납품 중이다.
워크웨어가 패션으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엔데믹을 거치며 편안하면서도 실용적인 옷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남녀 구분이나 체형 제약이 적은 여유로운 핏이 Z세대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기능성과 내구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작업복 특유의 튼튼한 소재와 다용도 포켓 등의 장점이 일상복으로 확산됐다. 글로벌 셀러브리티들이 워크재킷이나 카고팬츠를 즐겨 입으면서 대중적 인기도 더해졌다.
워크웨어는 내수 부진으로 위축된 스포츠 패션·아웃도어 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워크웨어는 작업자 안전용품에서 일상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과시적 패션을 넘어 편안함·실용성·개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민주적 패션 트렌드에 맞춰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