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090430)이 내달 100만원대 뷰티 디바이스 'LED(발광다이오드) 마스크'를 출시한다. 커지는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과거 잠시 급부상했다가 시들해진 LED 마스크를 들고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다음 달 3일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을 통해 신제품 '온페이스 LED 마스크'를 출시한다. 가격은 189만9000원이다. 이 제품은 3770개의 마이크로 LED를 적용해 얼굴 전체에 빛을 전달하는 프리미엄 마스크 기기다. 인체 피부 조직 모델 시험(EX-VIVO Model test)을 통해 피부 깊은 층의 엘라스틴 생성량이 최대 1795% 증가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이 제품을 선공개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최근 뷰티 디바이스가 피부과 시술을 대체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우리는 시술의 효과를 돕고 피부 본연의 회복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며 "앰플이나 크림 없이 빛 하나로 각종 피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리페어(회복) 팩"이라고 설명했다.
◇ 반짝 떴다 사라진 LED 마스크가 돌아왔다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 LED 마스크는 급성장했다가 퇴출당한 흑역사가 있다. 2017년 9월 LG전자(066570)가 LG프라엘(올해 LG생활건강(051900)이 양수)을 출범하며 '더마 LED 마스크'를 선보인 것이 시작이다. 이 제품은 이듬해 공급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비슷한 시기 셀리턴, 뉴트로지나 등이 LED 마스크를 출시했고, 이나영, 최지우, 이민호 등 톱스타들이 제품 모델로 나서며 LED 마스크 붐이 일었다.
그러나 2019년 9월 식품의약안전처가 "일반 공산품임에도 주름 개선과 기미·여드름 완화 등의 효능·효과가 있는 의료기기처럼 홍보했다"며 LED 마스크 48개 제품, 943건의 허위·과대광고를 적발하면서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일부 LED 마스크의 경우 시력 저하, 망막 손상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기도 했다.
LED 마스크를 얼굴에 쓰면 다른 일을 하기 어렵고, 가격이 200만원 안팎으로 비싸다는 점도 화장품 주 소비층인 20~30대를 끌어들이지 못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2021년 뷰티 디바이스를 출시한 후발주자 에이피알(278470)이 시장의 강자가 된 이유도, 20만~30만원대 소형 디바이스를 출시해 접근성을 높인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회사의 지난해 뷰티 디바이스 매출은 3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809억원이었다. LG전자는 LED 마스크 생산을 2023년 8월 완전히 중단했다. 경쟁 제품들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 '중저가·소형' 대세인 디바이스 시장 판도 흔들까
이런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이 LED 마스크를 신제품으로 들고나오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뷰티업계에서 가장 먼저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도전했다. 2014년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을 출시하고, 배우 송혜교 등을 기용해 홍보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했다. 2021년 이후에는 신제품을 내지 않았다.
이후 에이피알을 위시해 전 세계적으로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성장하자, 이 회사는 올 초 메이크온 신제품 '스킨 라이트 테라피 3S'를 선보였다. 삼성전자(005930)와 협업해 인공지능(AI)을 탑재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전시했다. 당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부스를 찾기도 했다.
이어 내놓는 신제품이 온페이스 LED 마스크다. 아모레 측은 약 3년간의 공백 기간 디바이스 기술 본질 확보에 집중한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국내외 테크 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하고, 차세대 마이크로 LED과 TEWL(경피수분손실) 센서 등 핵심 기술을 가진 전략적 파트너사 발굴과 기술 제휴에 힘썼다"면서 "그 결과 얼굴 곡면에 자연스럽게 밀착되고 빛이 균일하게 전달되는 제품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물간 것으로 평가되는 LED 마스크를 신사업으로 낙점한 데 따른 시장의 우려는 존재한다. 업계 일각에선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LED 마스크 제품 자체에 대한 불신을 없애는 게 아모레퍼시픽의 숙제라고 본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기존 LED 마스크의 안전성 이슈는 효과를 내기 위한 광량 증가로 발열·자극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밀착 면발광을 통해 빛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저출력·고효율 구동으로 동일 효과에 필요한 광량을 낮췄다"고 했다. 이어 "시스루 윈도우(반투명 창) 구조로 시야는 확보하면서도 외부로부터 보호했다"라고 덧붙였다.
뷰티 디바이스는 최근 화장품 업계의 차세대 먹을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P&S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2022년 19조원(140억달러)에서 2030년 125조원(898억달러)으로 커질 전망이다. LG경영연구원은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 규모가 2022년 1조6000억원에서 2030년까지 3조4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처음 아모레퍼시픽이 뷰티 디바이스를 출시했을 때보다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중저가·소형 디바이스가 주를 이루는 현 시장에서 고가의 대형 LED 마스크가 고객들에게 어떻게 평가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