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전 10시 50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플라워노즈(Flower Knows)'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기자가 개장 10분 전 키오스크에 입장 등록을 하자 대기 번호는 52번이었다. 평일 오전임에도 오픈런 인파가 몰렸다. 실제 입장까지는 20분이 걸렸다. 주말에는 하루 1000여 팀이 다녀갔고, 주요 인기 제품은 품절됐다는 것이 운영진 측의 설명이었다.

플라워노즈 팝업을 찾은 김은서(22)씨는 "케이스나 블러셔 음각이 예뻐 수집하고 싶다"며 "K뷰티에서는 보기 어려운 '공주 감성'"이라고 말했다.

20일 오전 10시 50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중국 뷰티 브랜드 플라워노즈 팝업스토어에 입장하기 위해 모인 오픈런 인파./최효정 기자

죠원인터내셔널이 유통하는 중국 대표 뷰티 브랜드 플라워노즈가 국내에서 첫 팝업스토어를 열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섰다. 공식 온라인몰도 열었다. 한국 주요 유통망 확장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K뷰티의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이 이제는 '역공'에 나서며, C(Chinese)뷰티가 K뷰티의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 애국소비 발판으로 성장한 C뷰티, 글로벌 공략 가속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은 애국소비(궈차오·國潮) 열풍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수출도 늘고 있다. 중국의약보건품수출입상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72억달러(약 10조원)로 전년 대비 10.8%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9% 줄었다. 자국 브랜드가 내수를 장악한 뒤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한국의 대중(對中) 화장품 수출액은 2020년 38억달러(약 5조2900억원)에서 지난해 25억달러(약 3조4800억원)로 4년 만에 34% 감소했다. 2023년 기준 중국 립 제품 온라인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 중 절반은 현지 브랜드로, 시장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다.

플라워노즈 제품 화보./플라워노즈 인스타그램 캡처

대표 인기 브랜드인 플라워노즈는 '공주풍 감성'이라 불리는 화려한 패키지와 파스텔 색감으로 글로벌 MZ세대의 취향을 공략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팔로워 수는 1000만명을 넘고, 전체 매출의 10%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한다. 지난해에는 미국 편집숍 '어번아웃피터스'에 입점했고, 일본과 유럽 등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중심으로 인기가 형성됐다. 타오바오·테무·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제품을 구매하거나, 중국 여행 중 현지에서 사 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국내 화장품에서 보기 힘든 화려한 색감과 장식이 '소장욕'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 '화려함으로 승부' C뷰티… K뷰티 위협하나

최근 틱톡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유행하는 '도우인 메이크업' 트렌드도 C뷰티 확산에 불을 붙였다. 이는 화려한 색조와 또렷한 윤곽이 특징으이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미학의 K뷰티와는 정반대다. 이 트렌드를 주도한 브랜드 중 하나인 중국의 '주디돌'은 한국어 SNS 계정을 운영하며 쿠팡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산 화장품 직구액은 216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올해 1~8월 중국 화장품 수입액은 8038만달러(약 1127억원)로 지난해보다 약 20% 늘었다. 중국은 프랑스·미국·일본에 이어 4위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저렴한 가격대와 감각적 디자인을 앞세운 C뷰티가 1020세대의 '짠물 소비(합리 소비)' 흐름과 맞물린 결과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C뷰티의 확산이 단기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C뷰티의 가격 경쟁력에 더해, 제품력과 디자인 수준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뷰티의 성장세는 올해 들어 일본·동남아 시장에서 둔화됐다. 지난 8월 한국 화장품류 일본 수출액은 전년 대비 21.5% 감소했고, 동남아 수출액도 10% 줄었다. 동남아 등 해외에서 C뷰티가 확산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의 강점이던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은 더 이상 독점적이지 않다"며 "중국 브랜드 상당수가 한국 ODM(주문자상표생산) 제조사를 활용하면서 품질 수준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C뷰티는 콘셉트 플레이에 강하기 때문에, K뷰티가 감성·세계관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