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늦더위 이후 급격한 기온 하락으로 일교차가 큰 날씨가 이어지면서, 가볍지만 보온 효과는 뛰어난 경량 패딩이 의류 업계의 '대세'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도 예년보다 추위가 늦게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을철 아우터로 입기 좋고 한겨울에 겹쳐 입기 용이하다는 특유의 활용성도 최근 경량 패딩의 인기를 높인 원인이다.
패션 업계는 아웃도어,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모두 신제품을 서둘러 출시하고, 제품 물량을 늘리며 성수기 선점을 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량 패딩이 개성 있는 아우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색상을 늘리고, 모자가 달린 제품을 출시하는 등 디자인 다양성도 높이는 추세다.
20일 스타일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한 달간 '경량 패딩' 제품 검색량은 전년 대비 19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거래액도 161% 늘었다. 특히 모자가 달린 '후드 경량 패딩' 키워드는 검색량이 810% 늘었고, 거래액 증가율은 671%에 달했다.
올가을 경량 패딩의 인기는 한여름부터 예고됐다. LF가 운영하는 쇼핑몰 LF몰에서는 지난 8, 9월 '경량'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네이버의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도 지난 8월 한 달간 일부 인기 경량 패딩 제품의 저장 수(찜하기)가 전월 대비 최대 244% 증가했다.
이에 따라 패션 업계는 신제품 출시를 앞당기고 수량을 확대하며 대응하고 있다. 무신사의 PB(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해 경량 패딩을 9월 중순 발매했지만, 올해는 8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표 제품인 '시티 레저 후디드 라이트 다운 재킷'은 8월 21일 발매 이후 약 50일 만인 지난 13일 누적 판매량 3만장을 돌파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이번 시즌부터 경량 패딩 제품 색상을 기존 4종에서 13종으로 대폭 늘렸다. 여성용·키즈 경량 패딩 제품도 출시했다. 이 밖에 아노락, 베스트, 반소매 등 다양한 디자인의 경량 패딩도 마련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랜드월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SPAO)는 지난달까지 경량 패딩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했다. 이에 스파오는 올해 경량 패딩 물량을 지난해보다 50% 늘려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신성통상 산하 SPA 브랜드 탑텐도 최근 신제품 '에어테크(AIRTECH)' 시리즈를 출시하며 경량 패딩 시장에 참전했다.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도 적극 가세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가을을 맞아 대표 제품인 '부베 재킷'을 비롯한 경량 패딩 제품군 물량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렸다. 색상은 블랙·네이비·브라운·차콜 등 네 가지로 다양화했고, 디자인도 후디·보머·숏 후디 등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LF의 스포츠 브랜드 리복(Reebok)은 최근 '프리미어 트랙 경량 패딩' 컬렉션을 새롭게 출시했다. LF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9월 바람막이, 11월 두꺼운 패딩으로 이어지는 제품 라인업을 선보였으나, 올해 처음으로 경량 패딩 제품을 기획했다. 코오롱스포츠 역시 올해 주력 경량 다운 패딩 '솟솟다운' 생산량을 전년 대비 30% 늘렸다.
세계 패션 시장에서도 경량 패딩은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일상복과 아웃도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가볍고 기능적인 의류를 선호하는 소비 행태가 확대된 영향이다.
관련 분야 히트 상품 '울트라 라이트 다운'을 보유한 유니클로는 올해 가을·겨울(F/W) 컬렉션에서 '퍼프테크(Pufftech)' 충전재를 적용한 경량 베스트와 재킷을 새로 선보였다. 퍼프테크는 일본 도레이(Toray)사와 공동 개발한 기술로, 초미세 섬유로 공기층을 확보해 경량성과 보온성을 동시에 갖춘 소재다.
파타고니아도 올해 가을·겨울 시즌 주력 경량 패딩 '나노 퍼프(Nano Puff)' 라인업을 새롭게 개편했다. 충전재를 100%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전환했고, 외피도 유해 화학 물질 'PFAS(과불화화합물)'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방수 코팅으로 전면 교체했다. 또 퀼팅(누빔) 패턴의 봉제선을 강화하고 목 부분(카라)을 높여 바람 차단 효과를 개선하는 등 디자인도 개선했다.
이탈리아 럭셔리 다운 브랜드 몽클레르(Moncler)도 올해 가을·겨울 신상품으로 도시형 경량 패딩 재킷 '브르타뉴(Bretagne)'를 새롭게 선보였다. 전통적인 구스다운 충전재를 사용하되 충전량을 최소화해 무게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과거 경량 패딩은 단순히 '기능성 방한복'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색상과 디자인을 다양화해 외출용 아우터로도 손색없게 만드는 것이 트렌드"라며 "실용성과 패션성을 모두 갖춘 제품이 소비자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