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웃도어 의류∙용품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 성장이 정체된 한국과 달리, 중국은 정부의 건강·레저 육성 정책에 따라 아웃도어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의 코오롱스포츠는 2017년 중국 스포츠 의류 업체 안타그룹과 합작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2021년 703억원이던 중국 매출은 지난해 5032억원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발행된 안타그룹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코오롱스포츠와 데상트(일본) 등이 포함된 기타 부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74억1200만위안(약 1조48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안타그룹은 "상반기 그룹 내 브랜드 중 코오롱스포츠의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코오롱스포츠 중국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코오롱스포츠는 중국 아웃도어 시장에서 하이엔드(최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품 가격이 국내보다 더 비싸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상록수 로고'가 중국인들에게 행운을 상징한다고 인식되면서 호감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중국 매체 36KR은 "코오롱스포츠 로고는 위로 향한 여섯 개의 화살표를 닮았다"며 "중국인들은 이 로고를 길하다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토종 아웃도어 캠핑용품 브랜드 헬리녹스의 의류 사업권도 따냈다. 이달 중 '헬리녹스 웨어' 상품을 공개하고,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연다. 온라인 판매도 시작한다. 현재 헬리녹스 캠핑용품의 중국 유통은 코오롱FnC가 맡고 있다. 의류 중국 유통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K2코리아의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도 지난달 20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글로벌 하버 쇼핑몰에 첫 매장을 열었다. 다음 달에는 길림성 차이푸 쇼핑센터에 2호점을 연다. 현지 기업과 기획·생산·유통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중국 상권에 맞는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K2코리아는 2006년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의 국내 사업권 인수하며 브랜드 운영을 시작했다. 2020년에는 전 세계 상표권을 인수했다. 현재 유럽과 대만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K2코리아 관계자는 "중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전략을 통해 현지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중국에서 MLB를 1조원대 브랜드로 키운 F&F(383220)는 지난해 7월 디스커버리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워너브라더스와 중국·일본·동남아 진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9월 기준 중국에서 19개 관련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을 운영하는 더네이처홀딩스도 덴마크 기업 베스트셀러사와 중국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VC)을 설립했다. 스노우피크 어패럴을 전개하는 감성코퍼레이션(036620)은 중국 골프웨어 업체 비인러펀(比音勒芬)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중국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이 중국 진출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내수 판매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상위 10개 아웃도어 브랜드 중 전년보다 매출이 증가한 곳은 노스페이스와 스노우피크, 아크테릭스 등 3개다. 이 중 연 매출 5000억원이 넘은 브랜드는 1조1000억원을 기록한 노스페이스가 유일했다.
반면 중국 아웃도어 시장 성장 잠재력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관광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아웃도어 산업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현지 아웃도어 의류 시장 규모는 2022년 1971억위안(약 39조5383억원)에서 2025년 2410억위안(약 48조3446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건강·레저 등 스포츠 산업을 2030년까지 키운다는 구상이어서 아웃도어 산업 성장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모니터는 중국 스포츠 의류 매출 규모가 2029년 5423억위안(약 108조676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