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케이(K)뷰티 열풍에 힘입어 화장품 수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되레 역성장하며 LG생활건강(051900)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LG생활건강은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냈고, 하반기에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LG생활건강은 북미 사업을 강화하고,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화장품 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한 85억달러(약 12조1400억원)로 잠정 집계됐다. 월별 수출 규모는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올 3분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5% 늘어난 30억2000만달러(약 4조3400억원)로, 역대 분기 수출액 최대치를 경신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올해 가장 많은 화장품이 수출된 국가는 미국(16억7000만달러·약 2조3900억원)으로,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한 비중은 19.6%에 달했다. 반면 2위를 기록한 중국(15억8000만달러·약 2조260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이 11.7% 줄었다. 전체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한 비율은 2022년 46.7%에 달했으나 2023년 33.9%, 2024년 24.3% 등 급격히 감소했고, 올해 처음 10%대로 떨어졌다.

최근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미국 지역으로의 판매를 확대하며 가파른 실적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을 중심으로 수출 사업을 전개해 온 LG생활건강의 실적은 뒷걸음질 쳤다.

지난 2분기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4% 감소한 6046억원을 기록했고, 16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LG생활건강이 화장품 사업에서 적자를 낸 것은 2004년 4분기 이후 20년 6개월 만이다.

LG생활건강은 2분기 중국에서만 전체의 약 12%인 1856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미국 매출은 1404억원으로 9%에 그쳤다. 경쟁사인 에이피알(278470)은 2분기 미국 매출이 982억원으로 전체의 29%를 차지했다. 아모레퍼시픽(090430)도 2분기 미주 지역에서 전체 매출의 13.4%인 1344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 더후(THE WHOO) 제품들.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은 '더 후(THE WHOO)'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중국이 자체 뷰티 브랜드를 강화하는 흐름으로 돌아섰고, 럭셔리 뷰티 선호도도 낮아지며 더 후 제품 수요가 줄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면세점에서 더 후 제품을 산 뒤 자국에서 리셀(재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리셀 시장에서 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흐름도 감지됐다. 이에 LG생활건강은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위해 면세점 판매 물량을 축소했지만, 매출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부터 북미 사업 강화를 통한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미국 자회사 LG H&A USA가 진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856억원을 출자했다. LG H&H USA는 세포라, 얼타 등 대형 뷰티멀티숍에 주요 브랜드를 입점해 판매하고, 자회사 더에이본컴퍼니는 현지 방문 판매를 전담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LG생활건강은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에도 빌리프, CNP, 더페이스샵 등 주요 브랜드를 입점해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이선주 LG생활건강 신임 최고경영자(CEO). /LG생활건강 제공

또 LG생활건강은 내달 10일 이사회를 거쳐 글로벌 뷰티 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갖춘 이선주 사장을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해 글로벌 확장의 중책을 맡긴다는 구상이다. 이 사장은 과거 로레알 코리아에서 입생로랑과 키엘을 맡아 국내 매출을 끌어올렸다. 이후 엘엔피코스메틱 글로벌전략본부 사장 및 미국법인 지사장으로 근무하며 마스크팩 브랜드인 메디힐의 미국 시장 진출도 전담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매출 1조6294억원, 영업이익 61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91%, 영업이익은 41.78% 줄어드는 것이다. 증권가는 4분기에도 LG생활건강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4분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본다.

이지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비중국 채널 모색과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실적에 의미 있게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