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3시,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메인 무대에서 기타 리프가 울려 퍼지고 관객들이 떼창으로 응답하는 사이, 맞은편 한쪽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비눗방울이 흩날리는 가운데 "씻자 씻자 러쉬로 씻자"라는 노래가 흘러나왔고, 러쉬코리아 직원들이 관객들에게 바디 스프레이를 뿌리자 더위와 땀에 지친 이들이 두 팔을 벌리며 웃었다. 러쉬 제품으로 꾸며진 이동식 화장실에서는 흔히 풍기는 악취 대신 향기가 가득했다.
현장에 마련된 '프레쉬 워시룸(Fresh Washroom)'은 록페스티벌의 숨은 인기 공간이었다. 러쉬코리아가 올해 DMZ 피스트레인, 인천 펜타포트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로, 야외 공연장의 불편한 화장실 경험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줄을 선 이수민(29)씨는 "록페 화장실은 악몽 같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깨끗하고 냄새도 좋아서 놀랐다"고 했다. 워시룸은 러쉬의 시그니처 향을 테마로 꾸며졌으며 여성 화장실 수를 크게 늘려 대기 시간을 줄였다. 스태프는 5분 단위로 청소를 돌며 위생을 관리했다.
워시룸 안팎에는 체험형 공간이 이어졌다. 샴푸, 바디 스프레이, 헤어 프라이머, 글리터 미스트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애프터 샤워바'에는 수조탱크를 연결한 야외 개수대가 마련됐다. 해가 질 무렵, 땀에 젖은 한 관객이 직원 도움을 받아 머리를 감기도 했다. 대학생 연유라(23) 씨는 "공연이 끝나고 바로 기차를 타야 하는데 머리까지 감고 가니 상쾌하다. 공연보다 이게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행사 현장은 화장실을 넘어 작은 무대처럼 활기를 띠었다. 관객들은 서로 바디 스프레이를 뿌려주고, 거울 앞에서 머리를 고치며 셀카를 찍었다. 김하늘(27)씨는 "록페하면 불편함과 악취가 따라온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달랐다. 화장실 경험도 일종의 놀이가 됐다"고 했다. 러쉬는 '전광판 광고모델 찾기' 이벤트와 크리에이터 '청소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줍깅(쓰레기를 주우면서 조깅)' 활동도 열어, 공연 후 현장이 더 깨끗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러쉬코리아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소비자가 체험하게 한다는 전략이다. 영국 본사 방침상 소셜미디어(SNS) 계정 운영이나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자발적으로 퍼뜨리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일회용품을 줄이고 재사용 가능한 설비를 활용하는 등 친환경 메시지도 강조했다.
러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200억원을 기록했다. 러쉬 본사 기준 세계 3위, 매장 평당 매출 기준으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하나 러쉬코리아 브랜드본부 팀장은 "국내 대표 록페스티벌 현장에서 관객들에게 쾌적하고 향기로운 휴식을 제공하는 동시에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고자 했다"며 "고객 요청으로 마련된 자리인 만큼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러쉬코리아만의 차별화된 기획으로 접점을 넓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