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스투시 서울 챕터' 외관. /스투시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휘갈겨 쓴 듯한 사인 모양의 로고,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티셔츠. 패션에 관심이 많지 않아도 이 브랜드의 옷은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바로 글로벌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스투시(Stüssy)'입니다. 스투시가 최근 서울 압구정에 직영점을 열고 오프라인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기존 스투시는 국내 편집숍 업체와 협업 형태로 매장 1곳을 간접적으로만 운영해 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 한국 시장 직진출을 선언하며 기존 매장은 문을 닫고, 약 6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매장을 새로 낸 것입니다.

이번 스투시의 직진출로 서울 압구정은 슈프림(Supreme), 팔라스(Palace) 직영 매장을 모두 보유하며 한국 스트리트 패션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스트리트 패션은 특정 디자이너나 런웨이에서 탄생한 것이 아닌 도시의 거리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자유분방하고 개성적인 스타일의 패션을 의미합니다.

스투시의 시그니처 로고가 들어간 모자, 티셔츠, 후드티 등 각종 제품들. /스투시 공식 홈페이지 캡처

스투시는 1980년대 초반 미국 캘리포니아 라구나 비치에서 서퍼이자 제작자인 숀 스투시(Shawn Stussy)가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개성 있는 사인 형태의 로고를 필두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패션계에서는 스트리트 의류를 본격적으로 대중화시킨 브랜드로 평가받으며,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스투시코리아는 이달 5일 서울 압구정에 첫 직영 플래그십 스토어 '스투시 서울 챕터'를 열었습니다. 첫날부터 제품 구매를 위한 사람들이 몰려 길게 줄을 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스투시는 1980~90년대부터 뉴욕, LA, 도쿄,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마다 소규모 매장을 열고 이를 '챕터 스토어'라고 명명해 왔습니다. 아시아권 내 매장은 일본이 5곳(도쿄 하라주쿠·시부야, 교토, 나고야, 오사카)으로 가장 많고, 중국도 3곳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대만(타이베이), 홍콩, 싱가포르, 태국(방콕) 등에는 매장이 1곳씩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스투시 서울챕터' 매장 내부 모습. /스투시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한국과 스투시의 인연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국내 편집숍 카시나(Kasina)는 스투시와 파트너십을 맺고 압구정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습니다. 이후 스투시의 한국 법인인 스투시코리아(코리아트라이브 유한회사)는 온라인 스토어를, 카시나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형태로 협업을 이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원화된 유통 구조로 인해 동일한 제품이 다른 가격으로 판매되는 등 소비자 사이에서 혼란을 빚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스투시코리아는 올해 초 국내 시장 직진출을 선언하며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운영권을 가져왔습니다. 이후 기존 매장은 3월 31일까지만 운영 후 폐점하고, 약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달 5일부터 오프라인 영업을 재개했습니다.

이번 스투시의 직진출은 한국을 아시아 스트리트웨어 소비의 핵심 시장으로 보고, 글로벌 본사가 브랜드 전략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또 국내 시장 내 가격과 공급망을 본사가 직접 관리하게 되면서 소비자 혼란이 줄어들고, 한정판 발매나 협업 제품 드롭(drops) 등 각종 행사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스투시코리아는 서울 챕터 재오픈과 동시에 'SEOUL(서울)'이 쓰인 한정판 그래픽 티셔츠를 선보였는데, 개장 첫날 오후 중 리오더(재주문)가 결정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와 도산공원 일대를 연결하는 지하보도인 소위 '압구정 토끼굴'에 스트리트 패션 문화를 상징하는 그라피티 (Graffiti)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이호준 기자

한편, 스투시 서울 챕터가 들어선 압구정 일대는 여러 브랜드가 잇달아 진출하며 스트리트 패션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은 지난 2023년 압구정에 전 세계 16번째 직영 매장을 열었는데, 2006년 일본에 이어 아시아권의 두 번째 직영점으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영국의 스트리트 브랜드 팔라스도 지난해 2월 압구정에 한국 내 첫 직영점을 냈습니다. 이 밖에도 압구정 일대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비롯해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 커버낫, 엘엠씨(LMC) 등 스트리트 패션을 지향하는 국내 브랜드들이 직영 매장 또는 편집숍 입점 형태로 오프라인 판매를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