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뷰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차세대 뷰티 리더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뷰티 업계 시가총액 1위에 등극한 에이피알의 김병훈(36) 대표, 작년 기준 업계 매출 3위에 오른 구다이글로벌의 천주혁(37) 대표, '승무원 미스트'로 글로벌 여심까지 사로잡은 달바글로벌 반성연(43) 대표 등이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모두 1980년대생 남성 최고경영자(CEO)로, 온라인을 통해 해외 판로를 개척해 글로벌 여심을 사로잡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26세에 에이피알 창업한 김병훈... 뷰티테크로 국내 뷰티 시총 1위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88년생인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 중이던 2014년, 이주광 전 공동대표와 함께 자본금 5000만원으로 화장품 브랜드 에이프릴스킨을 창업했습니다. 미국 교환학생 시절,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파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집니다.
에이프릴스킨은 당시로는 생소한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시장에 자리 잡았습니다. 피부 트러블이 있는 직원이 직접 영상에 출연해 화장품을 시연하고, 10~20대에 인지도가 높은 인플루언서(인터넷 유명인)를 모델로 기용했죠. 그 결과 '매직 스노우 쿠션'은 출시 1년 만에 350만 개가 팔렸습니다.
이후 사명을 에이피알로 바꾸고 2019년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 회사는 2021년 뷰티 디바이스 '메디큐브 에이지알'을 출시하면서 성장에 급물살을 탑니다. 지난해 매출은 7228억원으로 4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에이피알의 성공 비결은 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을 동시에 판매해 평균 판매단가를 높이고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데 있습니다. 전체 매출 중 78%가 해외에서 나오는데, 미국(29%) 매출 비중이 한국(22%)보다 높죠.
지난해 2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에이피알은 올해 6월 LG생활건강(051900)의 시총을 뛰어넘었고, 8월 시총 8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시총을 제쳤습니다. 지분 31%를 보유한 김 대표의 지분 가치도 2조5000억원으로 뛰었지요. 올해도 성장세가 좋습니다. 증권가에선 올해 매출이 1조3억원을 넘을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 대표가 '억만장자'라는 칭호를 얻기까지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닙니다. 화장품 사업을 하기 전 그는 가상 착장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데이팅 앱, 소셜커머스 등의 사업에 도전해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에이피알도 처음엔 SNS 마케팅·광고 대행업으로 시작했지요. 김 대표는 과거 한 유튜브 채널에서 "실패를 겪은 후에야 비로소 소비자의 눈으로 자신의 만든 제품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키엘' 되겠다... 달바글로벌 반성연, 연매출 1조 목표
지난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달바글로벌의 반성연(43) 대표는 1981년생으로 2016년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네이버(당시 NHN)에서 모바일 서비스 개발 업무를 담당한 그는 이후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A.T. 커니, A.D.리틀 코리아)에서 경영 컨설팅을 하며 화장품 창업에 눈을 떴습니다. 한국이 가진 제조 인프라에 고급 원료와 브랜딩을 더 하면 글로벌에서 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반 대표는 국내에서 생소한 이탈리아 알바(Alba)산 화이트 트러플을 원료로 프리미엄 비건 뷰티 브랜드 달바(d'Alba)를 만듭니다. 대표 제품인 '화이트 트러플 스프레이 세럼'은 2016년 출시된 이래 2019년까지 수 차례 개편(리뉴얼)됐습니다. 이 제품은 승무원들이 즐겨 쓰는 미스트로 입소문이 나며 5000만 병이 넘게 판매됩니다. 2021년 690억원이던 회사 매출도 지난은 3091억원으로 4배 이상 커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73% 증가했습니다. 해외 매출 비중은 63%로 일본, 러시아, 북미 순입니다.
반 대표는 달바를 연 매출 2조원대인 키엘이나 이솝처럼 키울 생각입니다. 지난 4월 기업공개(IPO) 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2028년까지 연 매출 1조원, 미스트세럼 누적 판매 1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슈퍼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구다이글로벌 천주혁, 거침없는 M&A로 '한국의 로레알' 꿈꾼다
'조선미녀'로 유명한 구다이글로벌은 1987년생 천주혁 대표(37)가 2016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숭실대 중어중문학과와 통상무역학과를 복수 전공한 그는 능통한 중국어와 영어 실력을 기반으로 중국 화장품 유통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조선미녀와는 중국 총판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죠. 그러다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2019년 조선미녀가 매물로 나오자, 이를 인수해 화장품 브랜드 사업을 본격화하게 됩니다.
조선미녀는 한방 원료 화장품입니다. 이례적으로 북미 시장에서 먼저 성공하고, 국내에 역수출됐습니다. 대표 제품은 2021년 11월 출시된 '맑은쌀 선크림'으로 2022년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선크림 부문 1위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매출 1억원이던 조선미녀는 지난해 매출이 3237억원으로 뛰었습니다. 매출의 90% 이상은 해외에서 나왔습니다.
천 대표는 사업에 있어선 거침없는 승부사로 평가됩니다.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이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데 주력한다면, 구다이글로벌은 해외에서 인지도 있는 뷰티 브랜드들을 인수해 외형을 키우지요. 이른바 '한국의 로레알' 전략입니다.
작년에만 티르티르, 라카, 크레이버(스킨천사) 등 뷰티업체 세 곳을 인수했습니다. 2023년 1300억원대던 매출도 지난해 9000억원대로 급증했습니다. 이는 국내 뷰티 업계 3위인 애경산업(018250)(6791억원)을 뛰어넘는 성적입니다. 올해는 서린컴퍼니(라운드랩)와 스킨푸드를 각각 6000억원, 1500억원에 인수합니다.
매각도 거침없습니다. 구다이글로벌은 색조 화장품인 라카를 인수한 지 1년여 만인 지난달, 약 1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매각했습니다.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4조원대 몸값을 인정받으며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로부터 80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3년 내 기업공개(IPO)를 하기로 한 조건으로요. 천 대표는 구다이글로벌 지분 97%가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