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이 지속되며 패션계도 초가성비 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랜드의 유통형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NC베이직', 워크웨어(작업복) 및 캠핑 의류를 취급하는 '워크업(Workup)', 도매시장 잡화를 한데 모은 편집매장 '뉴뉴(NYU NYU)'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패션계 다이소'라 불리는 이들 업체는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으로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고, 주요 거점 상권에 매장을 열어 유행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유통형 SPA 브랜드 NC베이직은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3% 증가했다. 티셔츠가 5000원, 청바지가 1만9900원 등으로 기본형 제품 130여 종을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한다.
전체 상품의 80%가 3만원 이하로, 기존 글로벌 SPA 브랜드와 비교하면 가격이 절반 수준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던 이유는 유통사가 직접 제품을 기획하고, 패션 법인이 가진 공장을 통해 생산해 백화점과 아웃렛, 대형마트 등 자체 채널에 공급한 덕분이다.
올 여름엔 9900원짜리 브라탑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19900원짜리 여름용 쿨데님을 포함한 청바지는 104%, 9900원짜리 남성용 티셔츠 3팩 세트는 126%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이랜드 관계자는 "광고, 마케팅도 없이 가성비 높은 상품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라며 "특히 오프라인 업계 최저가 수준인 속옷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32%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대명화학 계열 트레이딩포스트가 운영하는 워크업은 초가성비 워크웨어 판매장으로 사세를 확대하고 있다. 작년 2월 첫 매장을 낸 이래 현재까지 120여 개 매장을 냈다. '패션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에도 매장이 있다.
작업이나 아웃도어 활동에 맞는 의류와 산업용 신발, 장비 등을 구성한 이 매장은 기능성 티셔츠를 1만원대, 바지 2만원대, 재킷 3만원대에 판매한다. 안전화는 3만원대부터 10만원대 초반까지 있다. 젊은 노동자의 취향을 고려해 워크웨어를 꾸밀 수 있는 다양한 와펜(옷이나 모자에 부착하는 장식 부자재)도 판매한다.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으로 자체 브랜드(PB)를 제작해 가격을 낮췄다. 작업복 '블랙아머', 유니섹스 캐주얼 '켄타', '디트로잇', 데일리 캐주얼 '워크업' 등 PB를 구성했다. 대명화학 패션 계열사를 통해 생산한 '볼컴' 등 라이선스 브랜드도 공급받고 있다.
잡화 편집숍 뉴뉴는 동대문과 남대문 액세서리 도매 상가 제품을 도매가에 판다. 주얼리, 안경, 모자, 가방, 키링 등 트렌디한 잡화 3만 여종을 취급한다. 머리핀과 귀걸이, 반지 최저가는 1000원, 키링은 1500원, 안경은 3900원이다.
이 업체는 홍대, 성수, 강남, 명동 등 핵심 상권에 대형 점포를 운영하는 전략으로 10~20대 고객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3층 규모의 성수 매장의 경우 최근 의류와 안경, 리빙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외국인이 많은 상권인 만큼 매장 내 위챗페이, 알리페이 결제 시스템과 면세 기기도 설치했다.
균일가 생활용품 매장 다이소도 의류 매출이 2023년 전년 대비 160%, 지난해 34%의 증가율을 보였다. 대표 상품인 르카프 반소매 티셔츠의 가격은 3000원, 스케쳐스 양말은 1000~2000원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오프라인 시장 전반에 다이소식 유통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트렌드와 감도에 집중했던 패션계도 가격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