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작한 일본 큐텐(Qoo10)의 대형 할인 행사 '메가와리(メガ割·Megawari)'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매출액 상위권을 독식하며 일본 내 K(케이)뷰티에 대한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메가와리는 '매우 크다(mega)'와 '할인(わりびき)'의 줄임말로, 매 분기마다 약 2주일간 진행되는 일본 최대 규모의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할인 행사다.

메가와리 기간에는 여러 브랜드가 이 행사를 위한 다양한 제품 구성과 혜택을 선보인다. 올해 3분기 행사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오후 5시부터 이달 12일 11시 59분까지 진행된다. 지난 1분기 메가와리 행사는 총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490억엔(약 4640억원)으로 집계됐고, 첫날에만 600만명이 방문했다.

2일 오후 2시쯤 일본 큐텐 웹사이트에 집계된 '메가와리' 누적 판매량 순위. 화면에 있는 1~9위 모두 한국 화장품 브랜드 제품이다. /인터넷 캡처

2일 일본 큐텐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메가와리 행사에서 누적 매출액 상위 1~10위 품목은 모두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1위는 더파운더즈가 전개하는 아누아(Anua)의 비타민 스킨케어 세트 제품으로, 약 5억9000만엔(약 55억원)의 누적 판매액을 기록했다. 아누아는 이번 메가와리에서 신제품으로 구성된 세트 상품을 선보였고, 최대 61% 할인을 통해 행사 초반부터 매출액을 끌어올렸다. 통상 메가와리는 행사 초기에 고객 주문이 가장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2위는 에이피알(278470)의 메디큐브(Medicube) 산하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에이지알(AGE-R)의 '부스터 프로' 제품 세트가 차지하고 있다. 누적 판매액은 약 4억5000만엔(약 42억원) 수준이다. 3위와 4위는 메디큐브의 피부 미용 세트, VT코스메틱의 마스크팩 세트가 올랐다. 각각 누적 판매액은 4억2000만엔(약 40억원), 1억2000만엔(약 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매출 순위 5~10위도 넘버즈인, 메디큐브, VT코스메틱, 바이오힐 보, 아누아, 달바 등 한국 브랜드가 독식했다. 20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12위(아누아), 14위(메디큐브), 15위(스킨1004), 16위(바이유어), 17위(롬앤), 18위(아누아), 19위(에스트라), 20위(퓌) 등 18개 순위를 한국 브랜드가 장악했다.

지난 4월 일본 후쿠오카의 한 세븐일레븐 매장에 한국 화장품 브랜드 '클리오'와 'VT코스메틱' 제품이 진열돼 있다. /후쿠오카=최효정 기자

일본 내 K뷰티 인기는 우상향 중이다.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으로의 화장품 수출액은 약 10억4000만달러(약 1조4466억원)로 전년 대비 29.1% 늘었다. 또 일본 내 수입 화장품 중 한국산 화장품의 비율은 30.1%를 기록해 프랑스(24.3%)를 제치고 3년 연속 1위를 수성했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일본 오프라인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도쿄 신주쿠에 자체 브랜드(PB) 바이오힐보의 단독 매장을 냈다. 에이피알을 비롯한 주요 화장품 회사들도 '돈키호테' 등 일본 주요 유통 채널에 입점을 늘리고 있다.

일본 현지 매장들도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일본 화장품 전문 드럭스토어인 '아인즈토르페'는 지난해부터 신규 화장품의 약 30%를 한국 브랜드로 채우고 있다. 일본 주요 시내의 드럭스토어나 편의점에는 한국 브랜드 코너가 별도로 마련돼 있기도 하다.

김성미 KOTRA 후쿠오카무역관은 "한국 화장품은 디자인과 실용성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경험과 SNS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일본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촉매로 기능하며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한국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맞춘 디자인과 개성 표현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