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 코스맥스(192820)가 유럽 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지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그간 국내 ODM 업체들은 중국과 동남아, 미국을 중심으로 생산 시설을 늘려왔다. 코스맥스가 최초로 유럽에 생산 시설을 확보하면 현지 공급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전망이다.

21일 증권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전날 경기 판교 코스맥스 본사에서 열린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간담회에서 내년 중 유럽에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맥스 경기 판교 사옥 전경. /코스맥스 제공

코스맥스가 유럽에도 공장을 확보하면 생산 공장 진출국이 총 6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코스맥스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상해·광저우),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에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연간 약 33억개의 제품을 생산한다. 일본 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유럽 내 공장이 들어설 국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전통의 뷰티 강호로 꼽히는 프랑스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코스맥스는 올해 초 프랑스에 영업사무소를 설립한 바 있다.

공장은 현지 뷰티 업체와의 합작 법인 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코스맥스는 이미 합작 형태로 해외에 생산 시설을 갖춘 경험이 있다. 지난 2020년 중국 색조 화장품 전문 업체 이센(Yatsen)그룹과 합작 법인을 만들고 2023년부터 광저우시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기존 해외 법인의 증설을 통한 생산 능력 추가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법인 코스맥스차이나는 중국 진출 2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부터 생산 설비를 포함한 신사옥을 짓고 있다. 태국 법인은 올해 4월부터 생산 능력 추가 확보를 위한 신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코스맥스와 중국 이센의 합작공장인 중국 광저우공장 조감도. /코스맥스 제공

코스맥스는 지난달 프랑스 임상 기관 유로핀즈(Eurofins)와 화장품 임상 시험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며 유럽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유로핀즈는 1987년에 설립돼 전 세계 950개 이상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임상 전문 기업으로 식품, 환경, 제약, 화장품 분야 전반에 걸쳐 임상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로핀즈는 특히 화장품 분야에서 임상, 분석 및 미생물 검사를 제공하며 다양한 고객 요구에 맞춤형 설루션을 지원한다. 코스맥스는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유로핀즈의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하고 유럽 내 임상 기관과 교류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품의 올 1~6월 수출 규모는 55억1000만달러(약 7조7000억원)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4.8% 늘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유럽 지역에서 가파른 증가가 관찰됐다. 상반기 폴란드 수출은 1억5000만달러(약 21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3.8% 늘었다. 영국(1억달러·약 1400억원)과 프랑스(7000만달러·약 980억원) 수출액도 각각 46.2%, 116.1% 증가했다.

코스맥스는 상반기 매출 1조2122억원, 영업이익 11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4%, 21.7%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025년 2분기 코스맥스 지역별 매출 비중. /코스맥스 제공

코스맥스 관계자는 "유럽은 화장품의 본고장이라는 상징성을 갖춘 지역이다. 최근 유럽 내에서 K(케이)뷰티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며 "유럽에 생산 시설을 갖춘다면,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가 유럽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면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글로벌 메이저 기업의 ODM 의존도 확대와 인디 브랜드 수주 확대를 함께 노릴 수 있다. 이는 단기 실적 반등과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동시에 강화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