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2시쯤 방문한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 인근 주거 단지에 위치한 CJ올리브영 '도심형 물류센터(MFC·Micro Fulfillment Center)'. 입구를 통해 들어가니 '오늘드림'이라는 스티커가 붙은 종이백들이 분류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배달 기사들은 이곳을 분주히 드나들며 물품을 챙긴 뒤 이륜차에 싣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이곳 올리브영 MFC 송파점은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를 비롯해 용산구 일부와 하남 등 경기도 남부권의 오늘드림 서비스를 전담하는 물류 센터다. 면적은 300평(약 990㎡ 규모)로 1만9000여 상품을 다루고 있다. 오늘드림은 올리브영이 자사몰(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상품을 주문 당일에 배송해 주는 퀵커머스(즉시 배송) 서비스다. 밤 8시까지 주문한 건에 대해선 3시간 이내 배송 도착을 보장한다.

20일 올리브영 MFC 송파점에서 주문 건수별로 분류된 제품들이 바구니에 담겨 이동하는 모습. /정재훤 기자

MFC 송파점은 물류 공정 대부분을 자동화해 근무 인력을 13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실제 이날 송파점 내부 주요 공정에서 복잡하거나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은 모두 기계가 수행하고 있었다.

일례로 제품을 입고하는 작업은 바코드를 찍으면 해당 제품의 분류에 해당하는 구역이 점등되고, 직원은 그 구역에만 제품을 투입하면 되도록 설계됐다. 고객별 주문에 따라 제품을 찾아온 뒤 분류하는 작업도, 직원이 제품을 무작위로 투입하면 기계가 각각의 건마다 바구니에 나눠 담는 식이다.

20일 올리브영 MFC 송파점에서 직원이 자동 분류 설비에 제품을 투입하는 모습. 이렇게 무작위로 투입된 제품은 들어온 주문 건에 따라 자동으로 분류돼 바구니에 담긴다. /정재훤 기자

이렇게 분류된 제품을 포장하는 과정도 자동화했다. 직원은 앞 공정에서 이미 분류된 제품을 포장 봉투 안에 넣기만 하면 봉합(sealing)하고 바구니에 담는 것까지 기계가 전담한다. 장민형 올리브영 물류인프라팀 팀장은 "송파 MFC는 입고부터 보관, 분류, 포장 등 배송 과정의 70%가 자동화됐다"며 "1시간에 약 600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리브영은 지난 2018년 헬스앤뷰티(H&B) 업계 최초로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오프라인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옴니채널(Omni-Channel) 쇼핑 환경을 위해서다.

초기에는 전국 오프라인 매장망을 활용해 제품을 배송했지만,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급증한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1년부터 MFC의 순차적 도입을 결정했다. 도심부에 소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해 배송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20일 올리브영 MFC 송파점에서 자동화 설비가 고객별 주문 내역에 따라 물품을 분류해 담는 모습. /정재훤 기자

현재 올리브영의 MFC는 18개로,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광주, 경주, 전주 등 전국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전국 MFC 가운데 송파점 수준으로 설비 자동화 수준을 높인 곳은 현재 6곳이다. 이 역시 고객 수요에 발맞춰 점차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배송 유형은 크게 '빠름 배송', '쓰리포 배송', '미드나잇 배송' 등 3가지다. 빠름 배송은 밤 8시까지 주문하면 3시간 이내 배송을 보장하는 서비스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빠름 배송 서비스의 평균 배송 시간은 55분으로 집계됐다.

20일 올리브영 MFC 송파점 내부 포장 자동화 설비 모습. 직원이 물건을 비닐 포장백에 담기만 하면 기계가 밀봉과 이동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정재훤 기자

쓰리포 배송은 낮 1시까지 주문하면 낮 3~4시 사이에 도착을 보장한다. 미드나잇 배송은 밤 8시까지 주문하면 밤 10~12시 사이에 도착하는 서비스다. 3만원 이상 주문하면 모두 배송비가 들지 않고, 3만원 이하 주문은 빠름 배송이 5000원, 나머지는 2500원이 든다.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서비스 이용률은 2022년 34.5%, 2023년 41.3%, 2024년 48%로 상승하고 있다. 연간 주문 건수 역시 2022년 598만건, 2023년 994만건, 2024년 1499만건으로 늘었다.

20일 올리브영 MFC 송파점 내부 제품 적재 공간 모습. /정재훤 기자

이 같은 성과 등에 힘입어 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79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도 2조69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7.9% 증가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리브영은 올 하반기 대전, 서초, 청주, 종로에 MFC를 추가 설립해 연말까지 22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앞으로도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지속 향상시키고, 다양한 고객 중심 서비스를 개발해 업계를 선도하는 옴니채널로서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