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브랜드 준오헤어가 글로벌 사모펀드(PEF) 블랙스톤과 인수 협상을 진행하며, 지분 100% 기준 800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단순한 미용 프랜차이즈를 넘어 '케이(K)헤어 플랫폼'으로서의 글로벌 성장성을 주목받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체보다 과대 평가됐다고 본다.
10일 투자은행(IB)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최근 준오헤어그룹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 주관사는 삼정KPMG다. 현재 준오헤어그룹 지분은 강윤선 대표 및 강 대표의 특수관계인이 100% 보유하고 있다. 강 대표는 지분 50% 이상을 블랙스톤에 넘기고 일부 지분을 유지해 경영에 계속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오헤어그룹은 사업 전반을 관리하는 준오를 필두로 본업인 미용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준오뷰티, 미용사를 교육하는 준오아카데미, 미용상품을 유통하는 준오디포 등으로 이뤄졌다. 헤어케어 브랜드를 보유한 험블럼블, 건설업 등을 하는 근복공영 등도 계열사로 있다.
준오헤어가 평가 받은 8000억원은 지난해 기준 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370억원의 20배에 달한다. '멀티플 20배'다. 이는 한 회사가 1년 동안 실제로 벌어들이는 현금 이익의 20년 치 값을 한 번에 매긴 것과 같다. 일반적으로 국내외 미용·서비스 업계에서는 통상 7~10배 수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준오헤어의 밸류평가는 이례적인 고평가다.
즉 글로벌 투자자들은 준오헤어가 앞으로도 현재 수준의 이익을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창출할 것이라고 보고, 'K헤어'의 성장성과 플랫폼 적 구조에 강한 신뢰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준오헤어의가 평가 받은 8000억원에는 ▲한국 미용 플랫폼의 시스템화 가능성 ▲K헤어 브랜드의 글로벌 성장성 ▲프리미엄 부동산 자산 ▲독자적 인재 양성·승진 시스템 등 미래가치가 집약됐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준오헤어는 전국 180여 개 매장을 '직영+공동투자' 방식으로 운영한다. 10년 이상 근속한 원장이 본사와 공동 투자해 매장을 열고, 인턴→디자이너→원장으로 이어지는 자체 승진 및 교육 시스템(준오아카데미)도 갖췄다. 개별 매장은 원장 명의의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되지만, 본사는 매출의 일부를 수수료·임대료·상품 매출 등으로 회수해 이익을 낸다. 지난해 준오헤어의 전체 연 매출은 3000억원, EBITDA는 370억원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준오헤어그룹의 사업모델을 단순 미용실 체인이 아닌 '교육·플랫폼 기반의 K헤어 산업 표준화 모델'로 평가한다. 동남아·북미·중동 등 해외 확장과 아카데미·용품 등 사업 다각화를 근거로 '한국의 비달사순, 동양의 토니앤가이'에 준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잠재력을 높이 산 셈이다. 실제 준오헤어는 최근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등지에 해외 매장을 잇달아 개점했고, 일본과 베트남 등에도 추가 출점을 준비하고 있다. 준오아카데미는 매년 외국인 수료생을 다수 배출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 청담·성수 등 핵심 입지의 부동산(장부가 2000억원 이상) 등 비영업자산 보유도 강점으로 꼽힌다. IB 업계 분석에 따르면, 비공시 법인까지 포함할 경우 준오헤어그룹의 실제 부동산 자산은 시가로 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본다. 미용업 특성상 매출과 이익이 디자이너 개인 단위로 분산되기 때문에 본사 기준 영업가치 산출이 어렵고, 그룹 내 복잡한 회사 구조와 비영업자산(부동산 등)이 실제 어디까지 인수 대상에 포함되는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사(준오뷰티)에 직접 잡히는 매출(수수료·임대 등)은 지난해 기준 연 260억원에 불과했다. 그룹 전체(상품·수수료·임대 등 합산)로 확대해도 600억~7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IB 업계 관계자는 "준오헤어가 평가받은 8000억원은 K헤어 산업의 플랫폼화와 글로벌 확장성, 그리고 프리미엄 자산가치에 대한 자본시장의 기대가 집약된 결과로 풀이된다"라며 "다만 향후 실제 사업성과 경영 투명성,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이 밸류를 방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라고 했다.
양제경 회계법인 마일스톤 대표는 "준오헤어는 법인이 5개로 나뉘어 있고, 각 법인별로 미용업과 무관한 부동산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EBITDA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또한 8000억원 평가금액에 준오헤어가 보유한 부동산이 포함되어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준오헤어의 EBITDA 대비 기업가치가 적정한 수준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