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800달러(약 111만원) 이하의 소액 수입품에 적용해 오던 면세 제도를 전면 중단한다. 이에 따라 역직구(해외 고객이 플랫폼을 통해 우리나라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것) 플랫폼을 강화하던 케이(K)뷰티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드 미니미스(De Minimis·소액면세제도)' 조항을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부터 국제 우편망을 통해 미국으로 반입되는 모든 소액 소포에 관세가 부과된다. 시행 후 6개월간은 원산지 국가에 적용되는 관세율에 따라 종가세(한국의 경우 15%) 또는 품목당 80∼200달러(약 11만~28만원)를 정액 부과하는 종량세가 병행되고, 이후 종가세로 일괄 적용될 예정이다.
◇ K뷰티 역직구 몰 뜨는데... 관세에 발목 잡힐라
업계 일각에선 이번 조치로 역직구 시장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역직구액은 1조7225억원, 이 중 미국의 비중은 전체의 20%로, 중국(56.8%)에 이어 2위다. 미국 역직구액은 2019년부터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76%에 달했다. 품목별로는 패션, 화장품의 성장률이 높았다. 두 품목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90.2%, 61%를 기록했다.
자체 역직구 몰을 강화해 온 K뷰티 기업들도 성장세를 보였다. CJ올리브영의 '글로벌몰'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는데, 매출 증가분의 40%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2019년 출범한 글로벌몰은 현재 150여 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6월 말 기준 회원 수는 335만명이다.
2023년 출범한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역직구 플랫폼 '글로벌 아모레몰'은 지난해 전체 이용자의 70%가 미국인이었다. 아모레몰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26% 증가했고, 방문객은 72% 늘었다.
앞서 미국 내 K뷰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향후 역직구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미국 소비자들이 K뷰티 제품에 지출한 금액은 약 17억달러(약 2조3613억원)로,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이 모든 수입 소포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K뷰티 업계에선 역직구 몰의 매출 및 고객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올해 5월부터 미국이 중국산 소액면세 제도를 폐지한 후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테무·쉬인의 미국 사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테무와 쉬인의 5월 일일 사용자 수(DAU)는 관세 발표 전인 3월과 비교해 각각 52%, 25% 감소했다.
◇ 제품력 앞세우고 채널 다변화 노력하는 K뷰티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먼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온 K뷰티 제품의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주장이 나온다. 올리브영 글로벌몰에서 130달러(약 18만원)어치 제품을 구매해 미국에서 배송받을 때 그동안은 제품 가격만 내면 됐지만, 바뀐 정책을 적용하면 앞으로는 149.5달러(약 20만8000원)를 내야 한다.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이다.
반대 의견도 있다. K뷰티의 제품력을 자신하는 입장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해 인기가 있는 테무·쉬인 등과 달리 K뷰티는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도 적당해 인기가 있는 것"이라며 "미국의 이번 정책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이기에 큰 타격은 없을 걸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대미(對美) 매출 비중이 큰 중소형 인디 브랜드의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다른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대형 물류업체나 유통업체를 통해 미국 사업을 하는 중소 브랜드의 경우 유통 및 대행 수수료에 관세가 더 매겨지는 형국이라 향후 브랜드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미국 외 채널을 다변화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K뷰티 역직구 몰 '스타일코리안(StyleKorean)'을 운영하는 실리콘투(257720)는 지난해 1분기만 해도 북미 매출 비중이 32%, 유럽이 24%였으나, 올해 1분기엔 북미 18%, 유럽 33%로 변했다. 영국 핼스앤뷰티 매장 부츠(Boots)를 비롯해 세포라, 로스만 등 유럽 화장품 채널의 K뷰티 벤더사(상품을 제공하는 공급자)로 활약하면서다. 업계에선 향후 비미국(유럽, 중동, 남미) 지역이 실리콘투의 성장을 이끌 거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