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지하철 신논현역 7번 출구에서 강남대로를 따라 약 2분간 걷자 '무신사(MUSINSA)'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회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매장을 둘러싼 통유리 너머에는 개성 있는 옷을 입은 마네킹들이 진열돼 있었다.
매장 내부는 은색과 흰색을 조화롭게 사용해 현대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복도를 채운 행거마다 브랜드명과 함께 옷이 빽빽하게 걸려있었다. 이곳은 내달 1일 개점을 앞둔 대형 패션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 강남'이다.
무신사 스토어는 무신사의 PB(자체 브랜드)만을 판매하는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과 달리, 무신사에 입점한 여러 브랜드를 오프라인에서 선보이는 편집숍이다. 강남점은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3개 층을 사용한다. 면적은 1170㎡(약 354평) 규모다.
무신사는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곳을 130여 브랜드로 채웠고, 이 중 100개는 국내 패션 및 잡화 브랜드로 구성했다. 매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상품 종류는 6000개에 달한다.
이곳에 입점한 국내 브랜드 중 80개 이상은 강남권에 자체 매장이 없는 신진∙중소 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다. 무신사 관계자는 "그간 오프라인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온라인 기반의 라이징 브랜드를 한데 모아 소개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강남점은 대구, 홍대, 성수에 이은 무신사의 4번째 오프라인 편집숍이다. 직장인, 학생 등 젊은 층과 강남을 찾는 글로벌 고객의 수요를 반영해 전략적으로 입지를 정했다. 안내문은 모두 영문, 일문, 중문을 병기하고 면세 결제를 지원하는 등 외국인 고객의 쇼핑 편의를 위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무신사 스토어 강남은 지난 2022년부터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점'을 운영하며 축적한 고객 데이터와 상권 분석을 바탕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강남 지역에 20대 여성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점을 반영해 1층은 유니섹스 및 여성 패션 브랜드 중심으로 채운 것이 대표적이다.
무신사 스토어 강남의 또 다른 특징은 타깃과 스타일에 따라 키워드별 브랜드 큐레이션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신사 영'은 캐주얼한 유니섹스 브랜드, '무신사 걸즈'는 1020 여성 고객을 위한 개성 있는 브랜드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이 밖에도 '무신사 포 우먼'은 25~35세 여성을 위한 컨템퍼러리 브랜드를 위주로, '무신사 워크&포멀'은 워크웨어나 오피스룩을 아우르는 남성복을 위주로 선별했다.
1층 한쪽 벽면은 670여 종의 신발이 가득 채우고 있다. 국내외 인기 신발 브랜드를 한데 모은 '무신사 슈즈' 섹션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에서 출발한 무신사의 정체성을 오프라인으로 구현한 대표 공간"이라며 "신상품을 선 발매하거나 무신사 단독 상품을 판매하는 곳으로도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든 상품에는 QR코드가 붙어 있어, 스마트폰을 통해 촬영하면 무신사 앱(애플리케이션) 내 상품 상세 페이지로 즉시 이동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등급 할인, 적립금 혜택 등 온라인상의 무신사 회원 혜택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무신사는 강남점 개점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편집숍 사업을 본격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무신사 스토어 3개 매장의 누적 방문자 수는 200만명에 달했다. 특히 홍대점과 성수점은 방문객 중 외국인이 절반에 가까울 만큼 글로벌 수요도 충분히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무신사는 앞으로 '무신사 걸즈', '무신사 슈즈' 등 타깃 고객이나 스타일, 카테고리에 특화한 오프라인 매장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서울 성수동에 6600m²(약 2000평) 규모로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를 오픈한다. 이곳은 패션, 뷰티, 슈즈, 스포츠, 식음료(F&B)를 아우르는 초대형 복합 매장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온라인 기반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더 많은 고객을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시장 확대는 물론 한국 패션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거점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